제160화 가문 간의 혼사
안성왕은 자조하듯 웃었다.
“세상에 자격이 있고 없고가 어디 있겠느냐?”
“마마께선 아직 젊으시니 어진 여인을 만나 함께 여생을 보내셔야지요.”
원씨는 진심으로 안성왕이 마음을 나눌 배필을 찾기를 바랐다. 원씨는 안성왕과 인연을 이어갈 수 없었으나 안성왕의 깊은 정은 원씨에게 짐이 되었고 지금도 미안함으로 남아 있었다.
“나는 거친 사람이라 달콤한 말 따위는 못한다. 그러니 나 같은 사내를 좋아할 여인도 없을 것이다.”
원씨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마께서 진정 원하신다면 구혼 행렬이 왕부에서 성문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아니.”
안성왕은 고개를 저으며 원씨를 응시했다.
“난 마음에 둔 이가 있다. 기다리면 기다리는 대로, 기다리지 못한다면 이대로 한평생 살아도 괜찮다.”
원씨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리면서 감히 안성왕을 마주하지 못했다.
허나 안성왕은 입을 열기 시작하자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혼인하던 날 나는 스스로 다짐했다. 이번 생은 인연이 아니니 다음 생엔 내가 먼저 오리라고. 그마저도 늦으면 또 그다음 생에라도 기다리다 보면 결국 언젠가는 만나게 되겠지.”
원씨는 넋이 나간 듯한 얼굴로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알았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었다.
“마마께선 달콤한 말을 못 한다고 하셨는데 방금 하신 말씀은 어느 여인에게 들려주어도 하늘에 오른 듯 황홀해할 것입니다.”
원씨는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성왕은 먼 연꽃을 바라보다가 끝내는 다시 원씨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가 혹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 있다면 알 터이다. 한 번 마음에 들어온 이는 다시는 잊히지 않는다는 걸. 마음에 없는 이를 곁에 두어 무엇하리. 그건 나 자신을 저버리고 남까지 저버리는 일이니라. 그러니 너는 미안해할 것 없다. 네가 나를 저버린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를 지키려 하는 것뿐이다.”
원씨는 점점 불안해졌다. 원씨는 안성왕이 이번 생에서 끝내 밝히지 않을 거라 믿었던 말을 이렇게 내뱉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가끔은 너를 처음 봤던 순간이 전생의 일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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