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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둘째 부인님이 편치 않다

하 정승 댁 대부인이 시선을 돌린 바로 그 틈을 타, 진태군이 재빨리 하지연의 술잔에 약환 한 알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곧바로 자기 잔의 술을 하지연 잔에 부으며 말했다. “난 술을 못 한다. 이 귀한 술을 버리긴 아까우니 네가 마셔라.” 진태군이 약환을 넣는 손놀림은 번개 같았다. 일흔여덟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소매 한 번 스쳤을 뿐인데 약은 이미 잔 속에 정확하게 툭 떨어졌다. 술을 부어 넣은 뒤, 진태군은 잔 속 빛을 흘끗 살피더니 다시금 못마땅한 듯 중얼거렸다. “그만두자꾸나. 기침이 있어 좋지 않다. 내 술은 마시지 말거라.” 그러고는 잔을 코끝에 대어 냄새를 맡고 훌렁 비워 버렸다. 찰나에 하지연의 술 색깔이 옅은 황색으로 변했다. 잔 벽에 남은 몇 방울, 그 위에 약을 떨어뜨린 뒤 술을 부은 건 무엇이 섞였는지 확인하려는 뜻이었다. 그 약환 한 알은 독을 감별하는 약환이었다. “태군 마마께서 예전에는 술 잘하시지 않았습니까. 어찌 이제는 한 잔도 못 하시나이까?” 최 대비가 웃으며 묻자 진태군이 미소 지었다. “이젠 늙어서 아니 됩니다. 요즘에는 그냥 술 냄새만 맡아도 좋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진유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할머니는 댁에서 술을 제법 마시잖아요.” “입 다물어라. 계집애야, 이건 으뜸가는 좋은 술이고 집에서 마시는 건 거친 소주다. 좋은 술 들이대다 악습 들면 다른 술이 입에 들어가겠느냐.” 진태군이 흘겨보자 진유정이 퍼뜩 고개를 떨구고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하 정승 댁 대부인은 속으로 섬찟했다. 평소 일에 참견하지 않던 진태군이 오늘따라 유난했다. ‘혹시 무슨 낌새를 챈 것일까.’ 그때 하백천이 돌아와 고했다. “대부인, 저택을 샅샅이 찾았으나 둘째 아가씨가 보이지 않습니다. 문간의 장정에게 물으니, 조금 전 태자 전하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합니다.” 그러자 하 정승 댁 대부인의 낯빛이 굳었다. “문지기들은 왜 막지 않았느냐? 지금 국공부로 돌려보낼 답례를 챙겨야 하는데 말이다!” 그때 최 대비가 거들었다. “그만두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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