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죽음의 흐름을 되돌리다
덕양왕이 하지연을 위해 황후에게 부탁하고 있자 하지연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자기 귀를 의심했다.
세상에 알려진 덕양왕은 잔혹하고 방탕하며 특히 여인들에겐 무자비한 인물이었다. 덕양왕의 집에 발을 들인 첩들은 대부분 시신이 되어 나가곤 했는데 그런 악명자자한 인물이 지금 하지연을 감싸고 있다.
하지연이 놀라운 표정을 짓자 독고용재는 그 모습을 보며 입꼬리에 비웃음을 띠었다.
황후는 아들의 곁에서 무너져 울었으며 하지연이 처음 입궁했을 때 본 위엄과 기품으로 군림하던 그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지금 황후는 아들을 잃을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 어머니일 뿐이었다.
양 상궁은 독고용재의 손짓에 따라 황후를 부축해 안으로 들여보냈다.
어의원의 의원들은 절반이 물러나고 원판만 남아 지키고 있었다.
“지연 낭자.”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하지연을 불렀다.
“예, 마마.”
하지연이 다가서자 독고용재는 차갑게 물었다.
“지금 침을 놓을 수 있겠느냐?”
“침... 말씀입니까?”
“전에 말한 것처럼 침으로 기혈을 뚫고 출혈시켜 흠이의 고통을 덜 수 있느냐?”
하지연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마마, 허락하시는 겁니까?”
“지금부터 흠이의 치료는 네가 전담하라. 원판이든 어의들이든 전부 네 명을 따라야 할 것이다.”
그 말에 원판은 얼굴이 굳어 고개를 숙이면서 감히 반발할 수 없었다.
하지연도 크게 숨을 들이쉬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제는 되는 데까지 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하지연은 의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궁중 정치 따위가 아닌 눈앞의 환자에만 집중했다.
“원판 대감, 부디 도와주십시오.”
하지연이 원판을 돌아보며 부탁하자 원판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소신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하지연은 침통을 꺼내 들며 말했다.
“폐 속에 이물질이 있어 우선 그걸 빼내야 덕양왕 마마의 호흡이 순조로워질 것입니다.”
“예.”
원판은 대답은 했으나 곧 시선을 떨구었다. 이물질을 쉽게 빼낼 수 있다면 덕양왕의 병세가 이토록 위험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연의 무지함이 결국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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