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7화 덕양왕 발작하다

섭정왕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연은 비록 똑똑하지만 너무 자만했다. 자신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고 밝히면 황후가 정승에게 죄를 물을 것으로 생각한 걸까? 그럴 리가 없었다. 그것은 덕양왕의 역린이었다. 덕양왕은 오히려 하지연이 자신을 비꼬려고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덕양왕은 하지연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만약 어의가 네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면 널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섭정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경악한 표정의 하지연을 보니 오늘 살아남기는 그른 듯했다. 덕양왕이 갑자기 이상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입술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두 손도 함께 떨렸고 이내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심지어 안색은 창백해졌다가 푸르딩딩해졌고 입술은 자줏빛이 되었다. 덕양왕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졌다. 덕양왕은 온몸이 뻣뻣해졌고 두 발은 힘껏 앞으로 뻗었으며 눈에는 초점이 없고 얼굴뿐만 아니라 몸에도 경련이 일었다. 독고용재와 황후는 눈앞의 상황에 화들짝 놀랐다. 황후는 빠르게 덕양왕에게 다가가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어서 어의를 부르거라!” 하지연은 덕양왕의 간질이 발작했음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덕양왕은 입술이 삐뚤어진 상태였다. 만약 그가 혀까지 깨문다면 그 죄는 하지연이 전부 감당해야 할 것이다. 군의관이었던 하지연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덕양왕에게 다가가 그의 턱을 잡고 그의 입안에 손을 넣어 손가락으로 그의 치아와 혀를 떼어놓았다. 그러고는 바닥에 앉아 다른 손으로 덕양왕의 머리를 자신의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 손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에 하지연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연은 손을 넣어 덕양왕이 혀를 깨물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못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다. 덕양왕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연은 그의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게 하여 피와 타액이 흘러나오게끔 했다. 독고용재는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 덕양왕에게 가까이 다가간 그는 덕양왕이 하지연의 손을 깨물어 하지연의 손에서 피가 흐르는 걸 보았다. 그러나 하지연은 미간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 그 모습에 독고용재는 살짝 놀라며 신기하다는 듯이 하지연을 힐끔 바라보았다. 황후는 허둥지둥 움직이며 덕양왕의 경련하는 두 다리를 주물러 주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하지연이 황급히 그녀를 말렸다. “황후마마, 아니 되옵니다. 억지로 힘을 주어 다리를 펴주려고 한다면 마마께서 다치실 수도 있사옵니다.” 황후는 고개를 들어 하지연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복잡했다. 황후는 천천히 손에 힘을 빼면서 덕양왕의 몸을 조심스럽게 안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의가 도착했을 때 덕양왕은 경련을 멈춘 상태였다. 그저 이따금 가볍게 몸을 떨 뿐이었다. 하지연이 덕양왕의 입속에서 손을 뺐을 때 그녀의 세 손가락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덕양왕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곁채로 옮겨졌고 어의가 그를 치료한 뒤 사람을 시켜 약을 달이게 했다. 황후는 덕양왕의 곁에 있었다. 지금 그녀는 하지연에게 죄를 물을 여유가 없었다. 황후의 얼굴에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하지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오늘 하지연은 입궁해서 탈혼환으로 덕양왕을 다치게 한 뒤 다시 그를 치료해 주려고 했다. 덕양왕의 목숨을 구한 은혜가 있다면 황후가 그녀를 죽이고 싶어도 당장은 죽일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덕양왕이 갑자기 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이 화인지 복인지를 알 수 없었다. 덕양왕은 하지연이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몸이라는 말을 듣고 갑자기 화를 내다가 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의에게 치료받은 덕양왕은 천천히 의식을 되찾았다. 덕양왕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그는 얼굴이 매우 창백했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덕양왕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황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마마마, 어떻게 된 일이옵니까?” 황후는 덕양왕의 손을 잡고 그를 달랬다. “괜찮다. 이젠 괜찮아.” 하지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황후의 손이 달달 떨리는 게 보였다. 황후는 덕양왕을 매우 아끼는 듯했고 하지연은 그 점을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황후에게 말했다. “황후마마, 처치를 매우 잘하셨사옵니다. 만약 마마의 입을 틀어막지 않았더라면 혀를 깨물었을지도 모르옵니다. 정말 다행이옵니다.” 혹시라도 혀를 깨물었다가 혀가 잘린다면 벙어리가 되어버린다. 덕양왕은 이미 불구였는데 말까지 할 수 없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살겠는가? 황후는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하지연을 힐끗 보았다. 그녀는 하지연에게 나가 보라고 손짓한 뒤 어의에게 물었다. “덕양왕이 왜 이런 증상을 보인 것이냐?” 하지연은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덕양왕이 이번에 처음으로 발작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독고용재와 황후가 그토록 당황했던 것이다. 밖으로 나온 하지연은 다시 조금 전 그곳으로 돌아갔다. 독고용재는 곁채로 따라가지 않았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는 덤덤한 눈길로 하지연을 바라보았고 하지연은 감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섭정왕 독고용재는 여유 넘치는 사람 같아 보이는 동시에 아주 날카로운 기세를 가지고 있었기에 하지연은 감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의술을 익힌 적이 있는 것이냐?” 독고용재가 갑자기 물었다. 하지연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주 조금 알고 있을 뿐입니다.” 독고용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대신 하지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예리하면서도 거침없는 눈빛에 하지연은 불편함을 느꼈다. 잠시 뒤, 황후와 어의가 곁채에서 돌아왔다. 황후는 어의를 향해 뭐라고 했고 어의는 예를 갖춘 뒤 하지연의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연은 어의가 자신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것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러 온 것으로 생각해서 손을 뻗었고 어의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하지연의 맥을 짚었다. 어의의 태도를 통해 자신을 향한 황후의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맥박을 짚은 뒤에는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어의는 심지어 하지연에게 달거리에 관해서도 아주 자세하게 물었다. 하지연은 멋쩍어하지 않고 모두 대답했다. 진료를 마친 뒤 어의는 황후의 앞으로 걸어가서 고개를 저었다. 황후는 짧게 반응을 보인 뒤 말했다. “일단 덕양왕을 보살피거라. 무슨 일이 생기면 따로 부르마.” 어의가 말했다. “네, 그러면 소신은 이만 물러나겠사옵니다.” 어의는 허리를 숙이며 물러났다. 그가 발을 걷으며 곁채로 향하려고 하자 하지연이 갑자기 그를 불러세웠다. “마마께서는 금방 발작하셔서 오랫동안 잠을 자게 될 것이오. 하지만 갑자기 다른 이들을 공격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감정이 격해져 또 발작하게 될 수도 있소. 그러니 귀의 혈에 침을 놓아 피를 흘리게 하면 좋소. 그러면 적어도 보름 내로는 발작하지 않을 것이오.” 어의는 살짝 놀랐다. “침을 놓아 피를 흘리게 하란 말입니까?” “그렇소. 가능하다면 사흘에 한 번씩 해주는 게 좋소. 조금 전 마마의 상태를 봤을 때 열흘 안에 또 한 번 발작할 수도 있을 것 같소. 혹시 마마께서 오늘 처음으로 발작하신 것이오?” 하지연이 손을 뻗어 이마 위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기며 반짝이는 눈을 드러냈다. 황후가 천천히 물었다. “침술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냐?” 하지연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네. 조금 알고 있사옵니다.” 하지연은 이 시대에 이미 침술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역사 기록을 보았을 때도 관련 기록이 존재했다. 하지연은 몸의 원래 주인의 기억을 통해 이 시대의 침술이 상당히 미숙했고 침술을 아는 사람도 대부분이 어의나 비교적 유명한 의원이고 그중 침술에 능통한 사람은 많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침술 고수는 더욱 보기 드물었다. 하지연은 한때 한의대에 다니며 양석현 교수님에게서 5년간 침술을 배웠다. 비록 여유가 없어 침술을 더 깊이 연구하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실력으로 덕양왕의 간질은 충분히 치료할 수 있었다. 어의는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 “의술에 관해 잘 알지 못할 텐데 어찌 감히 귀의 혈에 침을 놓아 피를 흘리게 하면 마마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까?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안다고 자부하는 것입니까?” 하지연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오. 그런 의도가 아니었소. 나는 그저 건의한 것뿐이오. 어의에게는 당연히 마마를 치료할 다른 방법이 있겠지. 나는... 나는 그저 마마께서 또 발작하지 않으시길 바라는 것뿐이오. 몸에 좋지 않으니까 말이오. 다른 뜻은 없었소...” 하지연은 더듬대며 설명한 뒤 두려운 눈빛으로 황후를 힐끔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모습이었다. 독고용재는 시선을 들더니 싱긋 웃으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하지연을 바라보았다. 황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아이가 한 말에 일리가 있느냐?”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