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부부의 대화
태후는 한산에서 날아온 전갈비둘기의 답서를 손에 꼭 쥔 채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마침내 얼굴에 옅은 웃음을 띠었다.
손 내관이 조심스레 물었다.
“태후마마, 어찌 되었사옵니까? 좋은 계책이 있사옵니까?”
태후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있다. 역시 그분의 안목은 예리하다. 하혜원이 태자의 비가 되는 것을 막고 하 정승이 민비의 편에 서게 만든다면 하 정승과 양 태부가 힘을 합치지 못하고 오히려 서로 견제하게 될 터이니, 참으로 좋은 수다. 네가 전에 분석한 것과 꼭 들어맞는구나. 괜히 그분이 너를 내 곁에 남겨둔 게 아니었어.”
손 내관은 고개를 숙이며 빙그레 웃었다.
“이제 소인의 주인은 태후마마시옵니다.”
그런데 태후의 얼굴에 다시금 근심이 어렸다.
“허나 답서에는 앞으로의 큰 방도만 있을 뿐, 당장의 혼란을 어찌 수습할지는 한 글자도 없구나. 지금 조정 대신들이 연일 나를 압박하고 팔황자 또한 조만간 경성에 돌아온다 하니, 이 급한 난제를 어찌 풀어야 한단 말이냐.”
그녀는 다시 답서를 정밀히 훑어보았으나 역시 그 대책은 적혀 있지 않았다.
손 내관이 나직하게 위로했다.
“옛 주인마마께서 굳이 말씀을 빼셨다면 그것은 근심할 바가 아니라는 뜻일 게옵니다.”
“네 말은...”
태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
그러자 손 내관은 빙긋 웃었다.
“하지연 낭자가 관건이옵니다.”
태후는 답서를 다시 살펴보았는데 과연 ‘하지연’이라는 이름이 세 번이나 거듭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그 아이가 그분의 눈에도 든 모양이구나.”
“마마께서는 그저 그대로 두시면 됩니다.”
손 내관이 그녀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히며 이어갔다.
“아무것도 하지 마시고 그저 병든 척하십시오. 그 누구도 만나지 마시고 설령 황후마마가 친히 찾아오셔도 문밖에서 막아 세우십시오. 그들이 원하면 무릎을 꿇고 기다리게 두시지요. 오래 꿇다 보면 결국 지쳐 돌아갈 것입니다.”
“허나...”
“허나는 없사옵니다. 만약 따로 하실 일이 있었다면 옛 주인마마께서 답서에 분명히 밝히셨을 터이지요. 말씀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