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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유지민은 강인혁이 그 말을 대놓고 할 줄은 몰랐는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금방 다시 시선을 돌려 방현지와 방석형을 바라보았다. 방현지는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 이렇게 무릎을 꿇고 반성하는 척을 해도 그게 진심이 아니라는 걸 유지민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조금의 동정심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방석형을 생각하면 마음이 또 달라졌다. 따지고 보면 방석형은 그저 동생 일에 휘말린 것뿐이었으니까. 게다가 강인혁의 오랜 친구이기도 하고 말이다. 유지민은 자신 하나 때문에 강인혁이 오랜 친구와 척을 지는 건 원치 않았다. “인혁 씨, 석형 씨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계약 해지 건은 다시 생각해줘요. 사실은 큰일도 아니잖아요.” 방석형은 유지민이 이렇게도 쉽게 용서해줄 줄은 몰랐는지 마치 구세주 보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현지 역시 유지민의 말에 한층 더 가여운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하지만 겉으로만 그러했지 속은 상당히 뒤틀려 있었다. ‘웃기지도 않아. 인혁 오빠한테 잘 보이려고 아주 용을 쓰네.’ 방현지는 유지민이 이렇게 나서주지 않아도 자신이 계속해서 불쌍한 척을 하며 무릎을 꿇고 있으면 어젯밤 일은 충분히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지야, 뭐해? 얼른 감사하다고 해야지.” 방석형이 방현지의 팔을 툭툭 치며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방현지는 코를 훌쩍이며 강인혁과 유지민을 향해 순순히 사과했다. “오빠, 언니, 용서해줘서 고마워요.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게요...” 그런데 방현지가 이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됐다고 생각하던 그때 유지민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방현지는 조건이라는 얘기에 금방 경계 어린 눈빛을 했다. 설마 유지민이 뭔가를 요구해 올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오늘 이후로 두 번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말아줘. 우리와 마주치는 일은 애초부터 없게 해줬으면 좋겠어.” 유지민은 방현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확실하고도 단호한 경고를 날렸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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