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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노블 크라운 호텔 최상층 파티장은 눈 부신 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주혁이 임가현을 위해 준비한 생일 파티는 규모부터 남달랐다. 마치 한국 재계의 절반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듯한 성대한 자리였다. 임가현은 눈에 띄지 않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두꺼운 앞머리와 안경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주혁의 곁에 섰다. 그 모습은 이 눈부신 공간 속에서 누군가 실수로 걸어 둔 못생긴 그림 같았다. 사방에서 호기심과 계산, 그리고 경멸과 비웃음이 그녀를 향해 모여들었다. “한 대표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분과 결혼 했을까?” “외모가 참... 뭐라 말하기 애매하네.” “한 대표님 정도 조건이면 못 가질 게 없을 텐데. 취향이 독특한가 봐.” 수군거림이 모기 소리처럼 임가현의 귀에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등을 곧게 세웠다. ... 파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주혁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에게 선물을 건넸다.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 케이스가 열리는 순간 주변에서 낮은 탄성과 부러움이 뒤섞인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고마워요.” 임가현은 담담하게 말하며 선물을 받아 들었다. 그때 파티장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백서린이 조금 늦게 도착한 것이다. 그녀가 파티장 안으로 들어서자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샴페인 색 드레스에 흠잡을 데 없는 화장, 우아하게 그려진 미소까지... 마치 오늘의 주인공은 그녀인 것처럼 보였다. “늦어서 죄송해요.” 백서린은 임가현 앞에 서서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미처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대신 제가 피아노 한 곡 연주해서 생일 축하해 드릴게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한주혁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주혁아, 너도 피아노 잘 치잖아. 우리 같이 한 곡 할까? 가현 씨 생일을 위한 축하 공연으로 어때?” 파티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한 대표님, 한 곡 부탁드립니다!” “와, 백서린 씨랑 같이요?” “둘이 진짜 잘 어울린다...” 한주혁은 백서린의 기대 어린 눈빛을 잠시 바라보다가 곁에 조용히 서 있는 임가현을 흘끗 보았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결국 피아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띠리리리 띠리리리리... <엘리제를 위하여>의 연주가 파티장을 채웠다. 한주혁은 차분하고 절제된 선율을 이끌었고 백서린은 그 위에 밝고 생기 있는 음을 얹었다. 두 사람의 조화는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짜여 있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에 비례하듯 주변의 수군거림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둘이 너무 잘 어울리잖아...” “원래 저 자리에 서린 씨가 있어야 했는데.” “아깝다, 진짜.” “가현 씨처럼 못생긴 사람이 한 대표님이랑 결혼하다니, 진짜 어이없네.” 말 하나하나가 독을 머금은 바늘처럼 임가현의 심장에 빽빽이 박혔다. 피아노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그녀는 공기가 점점 희박해지는 것 같아 숨이 막혀 왔다. 사람들의 시선과 말들은 파도처럼 밀려와 금방이라도 임가현을 집어삼킬 듯했다. 그녀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발코니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밤바람이 서늘하게 얼굴을 스쳤다. 파티장 안의 후끈한 공기와 향, 소음이 한꺼번에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난간에 기대어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 따뜻한 체온이 밀착되며 한쪽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왜 나왔어?” 한주혁의 낮은 목소리가 귀 옆에서 울렸다. “사람들 말은 신경 쓰지 마. 다들 심심해서 하는 소리니까.” 임가현은 움직이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녀가 아직도 토라져 있다고 생각한 듯 턱으로 그녀의 정수리를 살짝 눌렀다. “가현아, 내가 말했잖아. 너는 충분히 예뻐. 남들이 뭐라 하든 상관없어. 나만 너를 좋아하면 되는 거야.” ‘나를 좋아한다고?’ 임가현은 소리 내어 웃을 뻔했다. ‘가문을 자극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좋아함인가? 서린 씨를 향한 사랑을 더 빛내기 위한 장치로서의 좋아함인가?’ 그녀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한주혁은 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임가현은 반사적으로 몸을 떼어내려 했다. 그 순간 발코니의 유리문이 확 열렸다. 문 앞에 선 사람은 백서린이였다. 그녀는 서로 껴안은 두 사람, 특히 임가현의 목에 닿아 있는 한주혁의 입술을 보는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잠시 후 그녀의 눈가에 물기가 차올랐다. “아... 미안해. 방해한 것 같네.” 백서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 말을 남긴 채 거의 뛰듯이 사라졌다. 그 뒷모습은 어딘가 초라해 보였다. 한주혁은 곧바로 임가현을 놓았다. 그리고 걱정을 담은 시선으로 백서린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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