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9장
퍽 소리와 함께 교룡은 바닥에 엎드리게 되었다.
교룡은 어이가 없었다. 진희원은 말도 없이 다짜고짜 그를 제압했다.
진희원은 시선을 옮기며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표정이 음흉하던데 무슨 생각을 한 거지?”
교룡은 아직도 얌전하지 않았다. 교룡을 받아주었으니 진희원은 그를 제대로 교육할 셈이었다.
교룡은 버둥거리면서 일어나려고 했다. 원래 이렇게 생겼는데 얼굴이 좀 못생겼다고 음흉하다고 하다니.
“전 정말 수완이 좋으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교룡은 천도의 기운으로 약속을 파기한 일을 가리켰다.
진희원은 교룡이 절대적인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
뱀들은 원래 교활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계약이 있으니 말이다.
진희원은 발치의 교룡을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말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내가 제일 잘하는 건 요리야. 내 요리 솜씨가 궁금하다면 나한테 얘기해. 내가 아주 가치 있게 죽여줄 테니까.”
교룡은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는 곧바로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다.
“저는 진희원 씨가 직접 요리할 가치가 없습니다. 전 그저 벼락이 친 흔적이 남았으니 절 이용한 그 교활한 도사를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을 전하러 온 것뿐입니다.”
교룡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그 사람을 찾아내서 분풀이하는 것이었다.
“급하지 않아.”
진희원은 서쪽의 구름과 안개가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넌 일단 봉인 장소로 가 있어.”
말을 마친 뒤 진희원은 또 한 번 오른손을 움직였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교룡은 자신의 변화를 확연히 느꼈다.
그의 수행을 도와줄 수 있는 기운이 안에서부터 시작해 그의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이때 그의 몸에 있는 비늘의 색깔이 바뀌며 옅은 금빛을 띠었다.
교룡의 두 눈동자가 떨렸다. 그는 흥분한 얼굴로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다가 다시 진희원을 바라볼 때는 놀란 듯, 감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 전...”
“여기서 바로 용이 되기는 어려워. 이 신앙을 가지고 가서 네가 있는 하천을 지켜. 30년 뒤면 용이 될 수 있을 거야.”
진희원은 태연하게 말했다.
“가봐. 네가 원하는 걸 주었으니 너도 네가 해야 할 일을 해야지. 우선 봉인부터 고쳐놔.”
봉인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진압에 쓸 것이 필요했다.
교룡은 그 방면에 있어서 용 바로 다음이었다.
그러니 교룡을 진압에 쓰는 것이 가장 적합했다.
교룡도 그 일을 좋아했다.
30년은 그에게 있어 먹고 마시며 겨울잠을 몇 번 자고 나면 지나갈 시간이었다.
강바닥에서 잠을 자는 것, 그건 교룡이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게다가 교룡은 용이 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주상을 만났을 때 교룡은 이미 용이 되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그동안 시대도 몇 번이나 바뀌었고 교룡은 인간에게 몇 번이나 속았다.
풍술사들은 분명 용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교룡을 몇 번이 속였다.
그러나 그들 모두 거짓말쟁이들이었고, 교룡은 인간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졌고 인간들도 무척 교활했다.
교룡은 정말로 자신이 용이 되는 걸 도와주는 풍술사가 있을 줄은 몰랐다.
“저... 전... 감사합니다! 지금 당장 가보겠습니다. 30년이 아니라 100년도 지킬 수 있어요!”
교룡은 크게 감동했는지 금빛으로 변하는 자신의 비늘을 바라보며 무척 들떠했다.
금빛은 오직 정통 용족만 가질 수 있는 색깔이었다.
그들 종족에서는 금과 관련이 된 것이면 진짜 용이라고 해도, 천도의 공덕을 쌓은 이라고 할지라도 모두 높이 평가했다. 교룡 같은 조무래기들이라면 그야말로 왕처럼 취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