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5장
상대방의 배 속에 있는 아이는 그와 팔자가 상극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그날 노인은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일을 꿈에서 보게 되었다.
그가 이렇게 인간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존재로 어설프게 살아가는 것은 전부 상대 때문이었다.
노인은 주먹을 꽉 쥐면서 끈적한 눈을 움직이며 말했다.
“어쩌면 예전에 생각을 바꿔야 한 걸지도 몰라. 과거와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그 아이가 대체 어디서 온 존재인지 말이야.”
“진씨 일가는 원래 우리에게 방해가 됐어.”
인형은 독기 어린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그때고 그랬고 지금도 그래. 데리고 온 그 아이도 일찌감치 처리해야 했어.”
노인은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는 기운을 숨기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이곳은 한국입니다. 사찰에서처럼 그런 일이 또 생기면 안 되죠. 제가 한국에서는 민심을 도발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인형은 웃었다.
“우리 안 지도 꽤 됐는데 내가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잘 알고 있지? 난 내 부활에 영향을 주는 것들을 무지 싫어해. 마치 당신이 선경에 오르려는 걸 막는 사람들을 혐오하듯 말이지.”
“우리의 목표는 같아.”
인형의 눈빛은 아주 어두웠다.
“사찰의 일은 진씨 일가가 쓸데없이 나섰기 때문이야. 당신이 선택한 그 스파이는 믿음직스럽지 못하네. 진씨 일가의 사당에 이상한 움직임이 있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걸 보면 말이지.”
“믿음직스럽지 못하면 동맹을 바꾸면 되죠.”
노인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면서 혼탁한 눈동자를 움직였다.
“지금은 당신이 문제입니다. 자잘한 흠은 고치도록 해요.”
“저번에 당신이 제 손자를 겁준 탓에 집사가 얼마나 힘들게 설명했는지 압니까?”
“연예계는 원한이 가장 쉽게 생기는 업계이긴 하지만 동시에 많은 주목을 받아요. 머리카락을 거기에 두었다가 이상한 점이 발견되기라도 하면 시선을 끌게 될 겁니다. 그러니까 알아서 잘 처신해요. 예전에는 상관없었지만 이젠 용호산의 사람들이 하나둘 하산하고 있어요. 중양이 당신을 만났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 봐요. 중양은 천사가 될 자격이 가장 충분한 도사예요.”
인형은 눈동자를 휙 돌리더니 음기를 내뿜었다. 그것은 웃는 것 같았다.
“우리 둘 다 알고 있잖아. 그동안 한국에는 오랫동안 천사가 나오지 않았어. 심지어 당신조차 운에 기대어도 선경에 이르기 어려운데 다른 이들은 말할 것도 없지.”
“만약 정말로 중양을 마주치게 된다면 그를 데려와서 당신이 선경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줄게.”
도르르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눈을 깜빡였을 때 인형은 노인의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당신이 아까 말한 당신의 손자 말이야. 당신이 윤씨 일가의 천도 기운이 있는 그 남자를 가장 원한다는 걸 난 알아. 하지만 손을 쓰기가 굉장히 까다롭지. 교룡조차 그를 상처입히지 못하니까.”
“당신은 그가 죽기 전에 그의 몸을 자기 것으로 삼고 싶은 거지? 하지만 그에게 다가가기만 해도 괴로울 거야.”
“진씨 일가의 여섯째도 나쁘지 않아서 시도를 해보았지.”
“하지만 이리저리 시험해 봐도 역시 혈연관계가 있는 편이 가장 좋지. 그렇지 않아?”
노인은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문밖에서 집사는 더욱 심하게 몸을 떨었다.
노인은 아마도... 집사는 더 생각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그동안 집사는 노인의 곁에 있으면서 가끔 뭔가 얘기를 들어도 절대 입 뻥긋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집사는 정말로 겁이 났다.
그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방 안에서 인형의 긴 머리카락이 바닥을 쓸었다.
“난 당신을 발견했고 당신을 날 공양했어. 난 당신보다 더 당신을 잘 알아. 당신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도 다 알지.”
“하지만 이번에 윤씨 일가의 그자를 본 뒤로 난 줄곧 불안감을 느꼈어.”
“내 영혼은 아직 다 찾지 못했어. 난 더욱 많은 원한이 있어야만 진짜로 깨어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