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7장 서지석이 깨어나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창밖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화창하던 날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거리에서 오가는 사람들은 걸음에 박차를 가하며 비를 피할 곳을 찾았다.
검은색 차 한 대가 마치 모든 방해물을 꿰뚫을 듯 짙은 안개를 가르며 달렸다.
진희원은 서지석의 기운을 느끼면서 가다가 마지막엔 길가의 한 카페에 멈춰 섰다.
그곳은 원형의 야외 광장이었다. 풀밭과 푸드트럭이 있고 색깔이 알록달록해서 예뻤다.
그러나 진희원은 그 평화로움 속에 감춰진 피비린내를 맡았다.
그 피비린내는 평소 그녀가 맡았던 것과는 굉장히 달랐다.
피를 흘렸다고 해서 방랑하는 수많은 망령이 사방에서 몰려와 이곳으로 모이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피에서 서지석의 기운도 느껴졌다.
진희원은 혼돈의 기운이 이렇게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래서 단 한 번도 뭔가를 걱정해 본 적이 없던 진희원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은 사슬을 빼냈다.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몸에 두르는 아주 얇은 밸리 체인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 밸리 체인의 다른 한쪽에는 5대 왕조 엽전이 있었다.
그것의 재질은 아주 보기 드문 것이었고 반짝이는 차가운 기운은 마치 물처럼 부드러웠다.
일반인들은 그곳에 모여있는 망령들을 볼 수 없었다.
그 망령들은 평소와는 달리 서로 앞다투어 앞으로 달렸다.
“어서 움직여! 왜 이렇게 늦는 거야? 늦으면 국물도 없다고!”
“뭐가 그렇게 급해? 이렇게나 짙은 상서로운 기인인데. 우리 같은 잡귀들이 어떻게 이득을 보겠어? 나 좀 기다려줘. 나 머리 삐뚤어졌는지 한 번 봐봐.”
그들은 교통사고를 당한 부부인 듯했다. 그들은 머리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갔는데 그들의 대화를 들은 진희원은 눈빛이 달라졌다.
‘상서로운 기운?’
뭔가를 의식한 건지 진희원은 염승전을 던졌다.
쌍둥이가 곧바로 나타났다.
“저희에게 분부하실 일이 있나요?”
원아는 허성태에게 남겨졌는데 일반적으로 이런 일에 있어서는 원아의 감각이 예리했다.
“주변 망령들을 통제해.”
망령들은 상서로운 기운에 닿게 되면 하늘과 땅의 비호를 받게 된다.
좋은 망령들이라면 괜찮겠지만 원래 은밀한 곳에 숨어 있던 악령들은 저승의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이건 까다로운 문제였다.
검은색과 흰색 정장을 입은 두 사람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들이 들고 있는 태블릿에서 모든 망령의 감지점이 빛을 내고 있었다.
이런 이상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들도 이렇게 대낮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금 전 어떤 할머니는 그들에게 집을 팔러 왔냐고 묻기도 했다.
흑무상은 안색이 아주 어두웠다.
“저번에 얘기했었잖아. 돈을 내서 프로그램 업데이트시키자고 어르신께 얘기하자고. 이제 어떡할 거야?”
“우리 프로그램이 돈만 내면 업그레이드되는 줄 알아?”
백무상의 태도도 좋지는 않았다. 그는 주변 흔적을 둘러보았다.
최근에 대체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지상에서 이상한 상황이 계속해 발생했다.
저번에 사찰의 영귀들도 그랬다. 어르신은 화를 엄청 내면서 그들의 백 년 치 녹봉을 깎았다.
이렇게 큰 일을 눈치채지도 못하다니,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했던 거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백무상은 너무 억울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범인을 찾아내야 해. 용호산의 사람이라고 해도 반드시 그의 영혼을 끌어내서 어르신 앞에 데려가야 해.”
그는 그 말을 하자마자 진희원을 보았다.
흑백무상은 흠칫하면서 들고 있던 법기를 손에 꼭 쥐었다.
진희원도 그들을 보았다. 그녀는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오늘은 바빠서 말이야. 내 일을 방해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