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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8장 절대 잡히게 두지 않을 거야

흑백무상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진희원은 오른손을 들어 결계를 만들었다. 그들은 비록 관직이 있다고 해도 본질적으로는 망령이었기에 자기보다 실력이 강한 자를 만나면 결계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이렇게 강한 진법이 있을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저번에도 그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대체 이 여자는 누구고, 어느 산에서 수행했던 걸까? 왜 화를 낼 때면 중양보다 더 강한 걸까? 망령들은 광장 밖에 막혀 있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빌려 이득을 보려던 악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흑백무상은 의문이 들더라도 억지로 결계 안에 억지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러한 결계는 그들에게 오히려 이득이었다. 상대가 그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줬으니 말이다. 하지만 백무상은 여전히 조금 걱정되었다. “어르신께 먼저 보고하는 건 어때? 저 사람이 가도 문제없는 거 맞아?” “문제가 있다면 뭐? 이 결계에 들어갈 수는 있겠어?” 흑무상은 시도해 보았다. 산책을 나왔던 노인은 그를 힐끗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요즘 부동산이 잘 안되나 봐. 젊은이인데 허공에 대고 주먹을 휘두르다니. 휴, 스트레스가 크면 정신에 문제가 생긴다니까.” “거기 청년, 여기 어떤 아파트 팔아? 내가 한 번 볼게.” 흑무상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할머니, 저희 정말 집 파는 사람 아니에요.” 백무상이 설명하면서 노인의 뒤에 있던 악령을 잡아 바닥에 눌렀다. “이제 곧 비가 올 것 같은데 저쪽에 가서 산책하세요. 저기에선 비를 피할 수 있어요.” 생령이 많을수록 그들로서는 손을 쓰기가 어려웠다. 이곳에는 상서로운 기운만 있는 게 아니라 고대 흉수의 기운도 있었다. 백무상은 부디 자신이 냄새를 잘못 맡았길 바랐다. 만약 정말로 흉수가 있다면, 반드시 그것이 깨어나기 전에 없애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망령이든 생령이든 모두 영향을 받을 테니 말이다. 흉수가 세상에 나타나는 것은 아주 불길한 일이었다. 광장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피 냄새가 강했다. 진희원은 서지석이 안쪽에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광장 아래쪽의 지하 쇼핑몰에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서지석을 제외하고 다른 것의 기운도 느껴졌다. 그것은 진희원이 가장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질투와 원한, 연민을 흡입하며 사는 것이었다. 일반인들은 가까워질수록 몸이 불편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서지석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 진희원은 그런 생각이 들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할머니가 서지석을 쓰레기통에서 주워 왔을 때 서지석을 처음 봤었다. 입고 있는 옷은 누더기였고 누구랑 싸워서 진 건지 얼굴과 팔다리가 상처투성이였다. 서지석은 동그랗고 사나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말할 줄 모른다는 이유로 주변 친구들은 서지석을 헐뜯었다. 그러나 서지석은 화를 내지 않았다. 마치 다른 사람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듯이, 마당에 있는 큰 나무 아래 자신을 끌어안고 앉아 있었다. 그때 이웃 아주머니가 말했다. “희원아, 너희 할머니가 주워 온 애 말이야. 설마 자폐증은 아니겠지?” “들어보니까 자폐증이 있는 애들은 다 저렇대. 무슨 질문을 해도 이해를 못 한대. 반응도 하지 않고. 저런 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 진희원은 처음엔 그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한 번 멀리 떠났다가 상처를 달고 다시 돌아왔을 때 서지석은 누구보다도 화를 냈다. 서지석은 집에 찾아온 사람을 밀어내면서 진희원을 지키려고 했다. 진희원은 서지석이 아직 제대로 발육하지 못한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당시에 서지석이 쓰레기 더미 속에 있던 건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서지석은 밥만 잘 먹이면 마당에 하루 종일 있을 수 있었다. “아뇨. 전혀 안 힘들어요.” 진희원은 당시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서지석이 혼돈이 된 지금도, 염라대왕이 그의 목숨을 가지러 왔다고 해도 진희원은 그에게 썩 꺼지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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