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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아니야... 저리 꺼져... 이거 놔...” 다섯 양아치가 소름 돋게 웃으며 문성아를 덮쳤다. 문성아는 분쇄성 골절이라 반항할 힘조차 없어 다섯 양아치가 더러운 손을 자신에게로 뻗는 걸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도망갈 생각 말아요. 아가씨.” 앞장 선 남자가 헤벌쭉 웃자 누런 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오늘 밤은 우리가 잘 모실게.”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조용한 병실에서 유난히 크게 들렸다. 이에 다급해진 문성아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자 피비린내가 입안을 가득 메웠다. 여기서 이대로 짐승 같은 놈에게 발라 먹힐 수는 없었다. 문성아는 어디서 나온 힘인지 제일 가까이 다가선 남자를 힘껏 밀쳐내고 온 힘을 다해 창문으로 뛰어갔다. 쨍그랑. 유리창이 깨지자 차가운 바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2층에서 아래로 떨어진 문성아는 오른쪽 다리에서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부러진 다리를 이끌고 미친 듯이 앞으로 뛰어갔다. “젠장. 잡아.” 뒤에서 약이 오른 양아치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따라잡힐까 봐 무서웠던 문성아가 제일 빠른 속도로 절뚝거리며 앞으로 달려갔다. 쿵.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전조등에 문성아가 잠깐 방향을 잃는데 역행하던 스포츠카가 그대로 문성아를 박았다. 하늘로 날아오른 문성아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지자 선붉은 피가 몸에서 새어 나왔다. 피못에 쓰러진 문성아는 의식이 흐릿해졌고 귀에서 이명이 들렸다. 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젠장. 정사언. 미쳤어?” 하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혁이 이미 사람 찾아서 손봐주고 있는데 차로 박으면 어떡해?” “도망가지만 않았어도 내가 차로 박지는 않았지.” 정사언이 차갑게 웃었다. “그러게 누가 도망가래?” “아쉽게도 명이 질겨서 죽지는 않았네.” 강지환의 목소리는 어딘가 아쉬워 보였다. “여기서 죽으면 우리 셋도 더는 연기할 필요 없잖아. 앞으로 쭉 유희만 지키면 되는데.” 몸에서 전해지는 고통보다 구멍이 뻥 뚫린 심장이 문성아를 더 괴롭게 했다. ‘다들 내가 죽었으면 했구나.’ 다시 깨어났을 때 병원이었다. 문성아는 미라처럼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병상에 누워 있었다. “성아야. 드디어 깼네.” 정사언이 제일 먼저 침대맡으로 걸어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날 매정하게 차로 들이박은 사람 같지 않았다. “미안해. 너를 보고 싶은 마음에 길도 확인하지 않고 밟다가 치고 말았네.” 하은수가 문성아의 손을 꼭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유희가 병원에서 괴롭힘 당한 거 우리도 들었어.” 강지환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우리는 유희가 너 오해한 거라 믿어.” 문성아는 그런 세 사람을 고요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푹 쉬어. 도혁은 우리가 찾아서 얘기해 볼게. 이번에는 꼭 너 대신 혼내준다.” 정사언이 문성아의 손을 다독이더니 다른 두 사람과 함께 병실을 나섰다. 문성아는 눈을 감고 자기 자신을 조롱하듯 웃었다. ‘얘기해 본다고? 소유희를 만나고 싶어서 안달난 거겠지.’ 심하게 다친 문성아는 병원에 꼬박 2주 동안 누워있었다. 퇴원하는 날 정사언을 포함한 셋은 어김없이 문성아를 데리러 왔다. 다만 별장에 도착해보니 안도혁과 소유희가 거실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두 사람이 왜 여기 있어?” 문성아가 차갑게 물었다. 안도혁은 눈꺼풀을 들고 낯선 사람이라도 마주한 듯 차가운 눈빛으로 문성아를 바라봤다. “유희 데리고 짐 싸러 왔어. 앞으로 더는 여기서 지내지 않을 거야.” “왜?” 문성아가 입꼬리를 올렸다. 상처가 다시 찢어졌는지 너무 아파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진정하려 애썼다. “내가 또 괴롭히기라도 할까 봐?” “알면 됐어.” 안도혁이 차갑게 웃었다. “여기서 살다가 죽을 것 같아서.” 문성아는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랑에 눈이 먼 네 사람은 누가 누구를 괴롭히는지 조금도 보아내지 못했다. “도혁 오빠. 정리 끝났어요.” 소유희가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였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상장이 안 보여요.” “무슨 상장?” 안도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저번에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해서 받은 그 상장이요.” 아랫입술을 꽉 깨문 소유희가 눈물을 글썽였다. “유일하게 받은 상장인데...” 안도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문성아를 쏘아봤다. “내놔.” 문성아가 웃었다. “나는 손댄 적 없어.” “아가씨는 어릴 적부터 갖고 싶은 건 다 가졌잖아요. 그 상장이 뭐라고 그러는 거예요?” 소유희가 억울한 표정으로 문성아를 바라봤다. “그냥 돌려주면 안돼요?” “유희야. 성아가 손댄 적 없다면 없는 거지.” 정사언이 일부러 언짢은 척했다. “왜 고집을 부리고 그래?” “그래. 고작 상장 하나가 뭐라고.” 하은수와 강지환도 맞장구를 쳤다. 안도혁이 차갑게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들어와.” 순간 열댓 명은 되는 보디가드들이 별장으로 우르르 들어왔다. “부숴.” 안도혁이 차갑게 명령했다. “상장 찾아낼 때까지 부수라고.” “도혁아. 너무하는 거 아니야?” 정사언이 얼른 달려와 말렸다. “왜? 문성아 편을 들고 싶어?” 안도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그러면 나와 카레이싱 한판 하자. 내가 이기면 막을 생각하지 마. 지면 바로 유희 데리고 떠날게.” 세 사람이 눈빛을 주고받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문성아는 옆에 서서 이 난투극을 조용히 지켜봤다. 정사언은 경북에서 제일 뛰어난 카레이서라 시합에서 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시합 결과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이 떡 벌어지게 했다. 정사언도 지고, 하은수도 지고, 강지환마저 지고 말았다. 문성아는 차에서 내려오며 언짢은 표정을 짓는 세 사람이 너무 우스웠다. ‘참 힘들게 산다.’ 다시 별장에 들어선 안도혁이 긴 손가락을 휙 저으며 말했다. “부숴.” 차가운 목소리는 독을 바른 칼날 같았다. “유희 상장을 찾아낼 때까지 멈추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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