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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쾅. 투둑. 안으로 들어온 보디가드들은 값비싼 유물 꽃병부터 부수기 시작해 소장한 와인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특별 제작한 가구까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찢어버렸다. 별장은 단 몇 분 만에 폐허가 될 정도로 망가졌다. 문성아는 아수라장이 된 별장 한가운데에 서서 아무 표정이 없이 모든 상황을 지켜봤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 문성아의 자존심은 깨진 꽃병처럼 다시는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찾았습니다.” 한 보디가드가 높은 소리로 외치며 도금한 상장을 들고 2층에서 내려놨다. 상장을 받은 안도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소유희를 데리고 별장을 나섰다. 떠나기 전 소유희는 고개를 돌려 문성아를 노려보며 승리를 뜻하는 미소를 지었다. “성아야. 너무 슬퍼하지 마.” 정사언이 앞으로 다가가 위로를 건넸다. “앞으로 똑같은 별장을 지어줄게.” “그래. 부서진 물건도 우리가 다 새 걸로 사다 줄게.” 하은수와 강지환도 맞장구를 쳤다. 문성아는 그런 세 사람을 보며 경멸에 찬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살면... 안 힘들어?” 그 말에 세 사람이 넋을 잃었다. “뭐라고?” 문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교외에 자리 잡은 별장으로 들어간 문성아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 이준서가 귀국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다 생일 전야가 되어서야 별장에서 나와 도심에 있는 고급 드레스샵으로 가서 드레스를 골랐다. 다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소유희와 마주쳤다. 그리고 기막히게도 같은 드레스를 마음에 들어 했다. “이 드레스로 할게요.” 문성아가 덤덤하게 말했다. 점원은 문성아를 알아보고 아부하듯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안목이 좋으세요. 이 드레스는 한정판인데 아가씨 같은 신분에 딱 맞죠.” 이렇게 말하며 경멸에 찬 눈빛으로 소유희를 바라봤다. “손님은 다른 걸로 보시는 게 어때요? 이런 오트 쿠튀르 드레스는 아무나 입는 게 아니거든요.” 소유희가 눈시울을 붉히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도혁 오빠... 빨리 와요... 누가 나 괴롭혀요...” 가슴이 철렁한 문성아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드레스를 벗기도 전에 밖으로 달려 나갔다. 막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뒤통수에서 저릿한 아픔이 느껴지더니 눈앞이 깜깜해지며 의식을 잃었다. 의식이 점차 돌아온 문성아는 자신이 명인 그룹 건물 외벽에 손이 묶인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드레스는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속옷만 입은 채로 69층이나 되는 건물 외벽에 걸린 것이다. 밖으로 드러난 살은 차가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점점 파래졌다. “깼어?” 안도혁의 목소리가 머리 위로 들려왔다. 문성아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예쁜 눈매를 바라보는데 그곳에는 뼈가 시릴 정도의 한기만 느껴졌다. 역시나 안도혁이었다. ‘나를 발가벗기고 여기에 매달아둔 게 안도혁이라는 말이지?’ 문성아는 누군가 심장을 꽉 움켜쥔 것처럼 너무 아파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문성아가 캐묻기도 전에 안도혁이 몸을 숙여 긴 손가락으로 문성아의 턱을 들어 올렸다. “성아야. 너 유희가 마음에 들어 하는 거 빼앗기 좋아하잖아. 앞으로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오늘을 생각해. 후과를 감당할 수 있는지 판단해 보라고.” 그러더니 손을 풀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문성아의 귓가에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옥상 문이 열리고 복도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감히 유희 물건을 건드려? 혼쭐 나야 정신 차리지.” 정사언의 목소리는 잔인할 만큼 차가웠다. “한 시간 뒤에 구하러 올까?” 하은수가 안경을 쓸어올리며 말했다. 말투는 마치 날씨를 토론하듯 가벼웠다. “하루 정도 놔둬 볼까? 어차피 죽지도 않을 텐데.” 강지환이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래. 그 시간에 유희 드레스 고르는 거 도와주자.” 그렇게 세 사람은 69층에 매달린 문성아를 남겨두고 자리를 떠났다. 칼바람이 불어치자 문성아는 너무 추워 입술이 파리해져서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러다 혀라도 씹으면 큰일이라 입술을 꽉 깨무는데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왜... 다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문성아는 그들에게 사랑을 바란 적은 없지만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정은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낯선 사람보다도 못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출근한 행인들이 자리에 서서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문성아를 보고 수군거렸다. “대박. 저 사람 문씨 가문 아가씨 아니야?” “어쩌다 저기 매달려 있는 거래? 옷도... 저렇게 입고?” “쯧쯧. 쪽팔려서 원...” 문성아는 고개를 숙이고 개미만큼 작은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당장이라도 줄을 끊고 뛰어내리고 싶었다. 그때 뒤늦게 나타난 세 사람이 입을 열었다. “성아야. 미안해.” 정사언이 조급하게 달려오며 말했다. “도혁이 너를 여기에 묶었다는 거 방금 알았어.” 하은수가 얼른 외투를 벗어 부들부들 떠는 문성아에게 걸쳐주며 말했다. “이제 무서워하지 마. 우리가 데려다줄게.” 강지환도 몸을 숙이고 부드럽게 말했다. “미안해. 하지만 약속할게. 앞으로 다시는 다치지 않게 하겠다고.” 문성아는 고개를 들어 아직도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세 사람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찢어지게 할 정도로 처참했다. “꺼져.” 세 사람이 넋을 잃었다. “성아야.” “꺼지라고.” 문성아가 세 사람을 밀어내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받은 상처, 다 너희들이 준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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