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9화

순간 세 사람은 표정이 굳었지만 이내 부드럽게 말했다. “성아야. 오해야.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 문성아는 더는 듣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렸다. 생일 전날 밤, 정사언을 포함한 세 사람이 다시 찾아왔다. “성아야.” 정사언이 문틀에 기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내일 무조건 도혁을 선택할 거지? 맞지?” 문성아가 아무 표정 없이 그런 세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그럴 생각 없다고.” “성질부리지 말고.” 하은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도혁이 거절한다 해도 걱정하지 마. 우리가 있잖아.” “그래.” 강지환이 앞으로 다가서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왜 도혁을 고집하는 거야. 우리도 좀 봐주면 안 될까?” 문성아는 그런 세 사람이 그저 우스웠다. 왜 아직도 넷 중에 고를 거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었다. “걱정하지 마.” 문성아가 몸을 돌려 호수처럼 고요한 눈빛으로 말했다. “너희 중에 아무도 고를 생각 없으니까.” 세 사람이 눈빛을 주고받더니 끝내는 문성아가 성질부리는 거라고 생각하고는 자리를 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도혁도 찾아왔다. “문성아. 내일 나를 선택할 거라는 거 알아.” 핏이 좋은 슈트를 입은 안도혁이 문 앞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문성아를 쏘아봤다. “선택해도 뭐라 하지는 않을게. 하지만 약속해. 앞으로 절대 유희에게 손대지 않는다고. 안 그러면...” “너 선택할 생각 없어.” 문성아가 말을 자르자 안도혁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 그러더니 더 말하기도 귀찮다는 듯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문성아가 너무 피곤해 눈을 질끈 감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성아야.” 지유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서에게는 말해뒀어. 내일 시간 맞춰서 가겠대.” 지유란이 주저하며 말했다. “정말... 준서 선택할 거야?” 문성아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네.” 생일날, 파티장은 금빛으로 휘황찬란했고 커다란 샹들리에가 현장을 환하게 비춰줬다. 빨간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문성아는 활활 타오르는 불줄기처럼 펑퍼짐한 치맛자락을 흔들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자 정사언을 포함한 세 사람이 얼른 문성아를 에워쌌다. “성아야.” 정사언은 이글거리는 눈빛과는 달리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예뻐서 너밖에 안 보인다.” “드레스 잘 어울리네.” 하은수가 부드럽게 웃었다. “생일 축하해. 우리 공주님.” 강지환이 샴페인을 한잔 건넸다. 문성아가 입을 열려는데 파티장이 기괴할 정도로 조용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안도혁이 소유희를 데리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놀랍게도 소유희는 문성아와 똑같은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현장이 술렁이기 시작하자 정사언을 포함한 세 사람이 얼른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떠났다. “성아야. 급한 일이 생겨서 이따 다시 올게.” 자리에 서 있는 문성아는 심장이 철렁했다. 안도혁이 그런 문성아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문성아. 지금 당장 다른 드레스로 갈아입어. 아니면...” 안도혁의 눈빛이 위험하게 반짝였다. “내가 직접 찢어줄게.” 문성아가 치맛자락을 잡은 채 꿈쩍도 하지 않자 인내심을 잃은 안도혁이 손을 휙 저었다. “데려가서 옷 갈아입혀.” 두 명의 보디가드가 앞으로 나서더니 강제로 문성아를 끌어냈다. 10분 후, 하얀 드레스를 입고 파티장에 들어선 문성아는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파티가 시작되자 사회자가 웃으며 물었다. “문성아 씨, 오늘 누구를 약혼자로 선택할 건가요?” 문성아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잠깐만요.” 정사언이 미간을 찌푸렸다. “성아야. 누구 기다리는 사람 있어?” 그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문성아의 아버지 문준섭과 어머니 지유란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 잘빠진 체격의 남자가 한 명 따라서 들어왔다. 핏이 좋은 까만 슈트를 입은 남자는 눈매가 칼처럼 날카로웠고 온몸으로 숨 막힐 듯 강렬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드디어 그가 돌아왔다. 문성아가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글썽였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쪽으로 걸어간 문성아는 떨리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남자, 이준서를 선택할 거예요.”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