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4장
“솔직히 말해서 배연화 씨를 납치할 줄은 몰랐어요. 백소원이라는 의지할 사람이 없는 외동딸을 납치하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배연화 씨를 봐요. 배씨 가문의 외동딸이자 배건웅 어르신의 늦둥이 딸이에요. 이 20억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잘 쓰지 못할 것 같네요.”
“그건 내 사정이고 너는 신경 쓸 필요 없어!”
윤비호는 배연화의 이마에 총구를 겨누며 말했다.
“당장 지태준에게 전화해서 몸값을 준비하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죽여버릴 테니까!”
“그럼 죽여요.”
신다정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어차피 나는 백소연 씨와 남자 하나 때문에 경쟁하고 있고 배씨 가문의 딸 배연화 씨와도 별로 친하지 않아요. 그러니 누구를 죽여도 나와 상관없어요.”
신다정의 말에 배연화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배연화의 표정만 봐도 신다정에게 얼마나 심한 욕설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신다정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윤 대표님, 힘 좀 빼세요. 두 사람의 목숨으로 나를 협박하느니 차라리 두 사람의 집에 전화해서 돈을 달라고 협박하는 게 나을 것 같네요. 김영수가 백소원이라는 약혼녀를 많이 신경 쓴다면 돈을 주겠죠. 배건웅 어르신은 나이도 많고 성격이 사나우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배연화 씨더러 오빠에게 연락하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그러면 적어도 돈을 받고 여기를 떠날 수는 있지 않겠어요?”
신다정이 차근차근 윤비호에게 장단점을 분석하는 말을 듣고 있는 배연화는 너무 화가 나 기절할 지경이었다.
‘이 여자는 뼛속까지 못 돼 먹었어! 나쁜 사람에게 납치를 당했는데 내 앞에서 어떻게 돈을 받아야 하는지 분석하고 있다니!’
“일리가 있네.”
윤비호가 손을 뻗어 배연화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확 뜯어내자 배연화가 신다정을 향해 외쳤다.
“신다정! 너는 사람도 아니야! 어떻게 이렇게 악랄할 수 있어? 너...”
“닥쳐!”
윤비호는 배연화의 이마에 총구를 겨누며 말했다.
“당장 배성연에게 전화해!”
이마에 겨눠진 총을 본 배연화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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