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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남편과 각방?

검은색 차량은 별장을 향해 안정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강이영은 창문에 몸을 기댄 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밖을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낯설면서도 어쩐지 알 수 없는 익숙함이 느껴졌다. “여보, 우리 집은 어디에 있어요?” 그녀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 유정한은 서류를 보고 있었고 말이 들리자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클라우드 별장에.” 강이영은 눈을 반짝거렸다. “당신은 무슨 일을 해요?” 유정한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조그만 장사하고 있어.” 듣던 운전기사는 거의 침에 사레가 들뻔하여 몰래 백미러로 힐끗 두 사람을 보았다. 반 시간 후 차는 한 유럽풍의 으리으리한 별장 마당에 들어섰고 분수는 햇살 아래서 일곱 빛깔의 광채를 반사하고 있었다. 강이영은 차에서 내리다가 치맛자락에 걸려 넘어질 뻔했는데 유정한이 재빨리 그녀의 허리를 붙잡아 주었다. “조심해.” 강이영은 치맛자락을 들며 말했다. “치마가 너무 커요.” 말을 마치자마자 몸이 공중에 붕 뜨게 되었고 강이영은 비명을 지르며 유정한의 목을 꽉 껴안았다. 지난주 병원에서 강이영을 화장실에 데려간 뒤 유정한은 다시 그녀를 안은 적이 없었다. 오늘 다시 그녀를 품에 안은 유정한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고 강이영이 터무니없이 가볍다고 느꼈다. “강씨 가문에서는 밥도 안 줬나?” 강이영은 다리를 흔들며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몰라요, 여보.” 유정한은 의사가 그녀가 장기간 학대를 당한 흔적이 있고 영양실조라는 말을 떠올리며 눈빛이 어두워졌다. 집 안으로 들어와 유정한은 강이영을 소파에 내려놓았다. “난 회사에 좀 다녀와야겠으니까 아줌마가 집을 구경시켜줄 거야.” “네? 저 방금 퇴원했는데 벌써 가시는 거예요?” 강이영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지금의 그녀는 아무런 기억도 없어 낯선 환경 속에서 불안감이 컸다. 유정한은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들어 강이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착하지. 저녁 전에 돌아올 거야.” 강이영은 눈을 깜빡이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병원에 있는 동안 유정한은 매일 병실에서 그녀와 함께 있었으니 분명 일이 많아 지체됐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사는 저택은 한눈에 봐도 비싸 보였고 남편은 그저 작은 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으니 전부 일시불로 샀을 리는 없었다. 집 대출을 짊어지고 있을 테니 아내로서 조금 더 이해해주고 배려해줘여 하며 제멋대로 고집을 부려서는 안 되었다. 그의 일을 계속 방해한다면 분명 기분이 안 좋을 것이었으니까. 유정한을 배웅한 뒤 추미선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영 씨, 제가 방을 구경시켜 드려도 될까요?” 강이영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 호기심 많은 새끼 사슴처럼 추미선을 졸졸 따라갔다. “이영 씨의 방은 2층 가장 조용한 구석으로 대표님께서 직접 고르신 방이에요.” 추미선은 걸으면서 설명했다. “채광도 가장 좋고 뒷마당 장미 정원도 훤히 보이는 곳이죠.” 예쁜 문양이 있는 나무문을 여는 순간 강이영은 놀라 입을 막았다. 오후의 햇살이 커다란 창을 통해 들어와 방 안 가득 따스한 광채를 드리웠고 연분홍색 커튼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커다란 침대 위에는 푹신한 거위 털 이불과 실크 쿠션이 몇 개 놓여 있었다. 침대 머리맡 탁자에는 갓 꺾은 흰 작약꽃이 놓여 있었고 꽃잎에는 아직 아침 이슬이 맺혀 있었다. 화장대 위에는 각종 스킨케어 제품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포장조차 뜯지 않은 상태였다. 추미선은 웃으며 드레스룸을 열었다. “이영 씨, 이것도 보세요.” 드레스룸은 아주 넓었고 세 면의 붙박이장에는 이미 이번 시즌의 신상품이 가득 걸려 있었다. 왼쪽에는 원피스가 디자인 별로 가득 걸려 있었고 가운데는 심플한 일상복, 오른쪽에는 아름다운 드레스들이 있었다. 모든 옷이 색상별로 잘 정리되어 보는 사람마저 마음 편하게 했다. 강이영은 조심스럽게 연분홍색 실크 잠옷을 만져 보았다. 원단은 흐르는 물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곧이어 그녀는 모든 태그가 꼼꼼히 잘려져 있는 걸 발견했고 가장자리에는 다림질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영 씨, 입어보시겠어요?” 추미선은 친절하게 물어보았다. “욕실에 이미 따뜻한 물을 받아두었으니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어도 돼요.” 반 시간 후 강이영은 그 연분홍색 잠옷을 입고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옷은 놀라울 정도로 몸에 딱 맞았고 허리 부분은 마침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절묘하게 잡아주고 있었다. 그녀가 거울 앞에서 빙그르르 돌자 치맛자락이 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사이즈가 딱 맞네...” 강이영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띠었다. 그 순간 강이영은 무언가가 떠올라 웃음이 굳어졌다. ‘근데 왜 방에는 내 물건만 있는 거지? 우리 남편 거는?' 강이영은 이내 속상한 얼굴로 추미선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저랑 남편은 각방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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