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네 진심을 보여줘 봐

하도윤의 눈동자에는 이미 분노가 가득 서려 있었다. “그렇게까지 너 자신을 깎아내려야겠어?” 지다희는 하도윤의 분노 어린 시선을 똑바로 받아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하 대표님은 지금 왜 저한테 화를 내는 거예요?” 그녀는 손목을 약하게 비틀며 물었다. “스폰서라서? 아니면... 전 남자 친구라서?” 그 짧은 한마디에 차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지다희.” 하도윤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너, 그때 나랑 헤어졌던 이유가 설마 돈 때문이었어?” 그 말이 지다희가 잠시 숨을 멈췄다. 힘껏 주먹을 쥔 손은 이미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였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며 표정을 숨겼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요염한 미소로 연막을 친 상태였다. “그래요. 누가 돈을 싫어하겠어요?” 지다희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내가 하씨 가문 큰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먼저 헤어지자는 말은 안 했겠지.” 하도윤의 표정이 단단하게 굳었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는 점점 힘줄이 불거졌다. 그는 짧게 비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이제 와서 후회라도 돼?” 누군가가 심장을 거세게 움켜쥐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지다희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환하게 웃었다. “후회요? 온몸으로 뼈저리게 후회 중이죠.” 하도윤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그래서 지금 네가 원하는 게 뭔데?” 지다희는 하도윤의 그런 눈빛을 조금도 피하려 들지 않았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달싹이며 대답했다. “충분한 서포트, 인맥, 그리고 든든한 뒷배. 딱 이렇게 원해요.” 지다희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하 대표님이 저한테 줄 수 있는 것과, 제가 받을 수 있는 것. 이렇게 서로 필요한 걸 주고받는 게 좋잖아요?” 하도윤의 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는 손을 뻗어 지다희의 목덜미를 움켜잡으며 가까이 끌어당겼다. 손끝이 거칠게 지다희의 입술 위를 짓이기며 뜨겁고도 거친 숨결을 내쉬었다. “그럼, 네 진심을 보여줘 봐.” ... 20분 후. 펜트하우스의 문이 거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