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화
“그날 밤, 장공주는 지아비도 아닌 자에게 몸을 짓밟히고 마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전하는 장공주가 곁을 주지 않자 분을 이기지 못하고 술을 퍼마셨다지. 결국 그 술기운을 빌려 강제로 그 밤을 치르고 말았단다.”
“...”
심철호의 이 말 한마디에 심화영과 고윤희는 숨조차 멎은 듯 말을 잃었다.
“전하는 사람도 아니네요!”
고윤희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
“그러니 명양왕이 바로 그날 생긴 아이였겠죠? 어쩐지... 그때 장공주가 어떻게든 아이를 지우려 하더니, 난 또 몸이 안 좋아 그런 줄만 알았어요. 이제 생각해 보니 장공주는 그 아이를 죽도록 미워했겠군요.”
그 아이는 그녀가 겪은 치욕을 고스란히 증명해 주는 존재였다. 전강훈이 배 속에 있는 한, 세상에 태어나 숨 쉬는 한, 하루하루가 그녀에겐 고통이었을 터였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심화영은 그 말을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 원해선이 안쓰러웠고 전강훈이 더 안타까웠다.
아이는 아무 죄도 없다. 그저 어미 배 속에서 태어났을 뿐인데,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진 미움을 받아야 했다니.
그 어린 마음에 얼마나 아팠을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심철호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장공주는 그런 일을 겪고 나서 성격이 더 날이 서고 강해졌지. 전하를 죽일 듯이 미워했다. 그러다 전하가 또 억지로 관계를 요구하자 칼을 뽑아 같이 죽자고 달려들 정도였으니.”
“말도 참 험하게 했지, 행동도 극단적이었고. 그런데 전하가 그런 걸 참을 리가 있겠느냐. 홧김에 청루를 드나들기 시작했고 대놓고 여인을 집에 끌고 오기도 했지. 그것도 장공주가 보는 앞에서.”
“결국 상왕은 장공주에게 ‘장우’란 칭호를 내렸단다. 표면상으론 위로랍시고 내린 호칭이었지만 실은 장공주 가슴에 비수를 꽂은 거지. 동시에 전하의 체면도 땅에 떨어뜨렸고.”
“이래저래 두 사람은 날이면 날마다 싸우고 아귀다툼이었으니, 집안이 늘 피바람이었지.”
“...”
심화영은 그제야 왜 원해선이 송연정을 그토록 미워했는지 깨달았다. 송연정은 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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