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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강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소 혼란스러운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참 이상하긴 해요. 셋째 아가씨가 연남산에서 변을 당한 뒤로 정말 사람 자체가 달라진 것 같거든요. 마치 갑자기 뭐가 확 트인 것 같기도 하고 좀 묘해요.” 전강훈 역시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불편했다. ‘심화영이 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 좀 더 지켜봐야겠군.’ 그는 조용히 결심을 굳혔다. “사흘 뒤 심씨 댁에 갈 준비를 서두르도록 하라.” 대로변은 인파로 북적였기 때문에 심화영은 말을 타지 않고 말고삐만 잡은 채 천천히 걸었다. 청유 거리로 접어들어 한적한 곳에 다다르자 길 한가운데 삼황자의 마차가 가로막고 있었다. 그의 검은 마차는 심화영에게 있어서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었다. 전생 내내 이 마차를 쫓아 여기저기를 헤매다녔고 얼마나 자주 눈물을 흘리며 그 마차가 오기만을 기다렸던지 셀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 그 마차를 바라보는 순간 마치 새까만 감옥을 보는 듯했다. 그건 그녀를 가두기 위해 삼황자가 준비한 감옥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심화영은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떴다. “아까도 분명히 말했을 텐데 삼황자께서 또 앞을 막으시는 이유가 뭔가요?” 그녀는 무심코 청유 거리 깊숙한 곳을 힐끗 돌아보았다. 전생에는 여기가 늘 안전하고 조용한 곳이라 믿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후작댁 아가씨인 자신뿐 아니라 삼황자 역시 이곳을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왜였을까?’ 이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자 그녀의 말투는 아까 누각에서처럼 냉정하지만은 않았다. “콜록, 콜록.” 삼황자는 가볍게 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마차에서 내렸다. 그의 시선에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고 목소리에는 상처 입은 듯한 울림이 배어 있었다. “화영 낭자, 다 제 잘못이에요. 낭자가 저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제가 왜 모르겠어요? 저라고 해서 낭자를 마음에 두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황실에 태어난 이상 제가 어쩔 수 있겠어요...” 그는 다가오며 조심스레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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