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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무슨 소리냐!” 삼황자는 짜증이 치밀어 올라 소리쳤다. 곧이어 안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악! 피다, 피야!” 그러자 얼굴이 사색이 된 채 삼황자는 급히 옷을 걸치며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 소리쳤다. “어디 피가 났단 말이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선이 안마당의 무언가에 닿는 순간, 그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온몸이 얼어붙은 듯 얼굴빛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밤하늘의 별빛은 싸늘하게 내리쬐고 공기 속에는 희미한 핏내가 감돌고 있었다. 땅바닥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두 다리와 두 팔이 널브러져 있었다. 상처는 갓 잘린 듯 생생했고 핏줄 안에서 아직도 비릿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삼황자는 온몸을 떨며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고함쳤다. “여봐라!” 곧이어 호위무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가장 앞에 선 호위무사 급히 다가오며 외쳤다. “전하, 무슨 일이십니까!” “조사하라! 지금 당장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내 알아야겠다!” 삼황자는 목이 터지라 고함쳤다. 그간 지켜오던 품격이며 태도는 이미 저만치 날아가 버린 듯했다. 한 호위무사가 앞쪽으로 다가와 찡그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전하... 저 옷은... 아무래도 구연재의 것으로 보이옵니다.” “뭐라?” 삼황자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뒷걸음질 치다 그 옷자락을 제대로 확인한 순간 그는 망연자실했다. ‘구연재가 입고 있던 옷 아닌가?’ “누가 이 자를 죽이고 사지를 잘라내게 던진 것이냐! 이게 무슨 의미란 말이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이를 악물고 더 외쳤다. “명양왕이다! 분명 명양왕이 저지른 짓이다! 그자가 알아차린 게야!” 삼황자가 휘청이며 넘어질 뻔했으나 호위무사가 재빨리 부축해 겨우 일어섰다. “오늘 오전에 막 이 자를 만났건만... 오후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겨우 한 시진 만에 이 모양으로 변해 있다니!” “명양왕이 반격을 시작한 것이야!” 그는 마치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눈빛이 흔들렸고 공포가 가득했다. “전하, 꼭 명양왕 전하이실 것 같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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