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화
심화영은 이마를 살짝 찌푸리더니 조용히 앞으로 나서 심여진 앞에 섰다.
“언니, 목이 좀 말라요...”
“내가 물 좀 가져오마!”
심여진은 마치 벼락을 면한 사람처럼 안도의 숨을 내쉬며 제왕에게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전하,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사만 남긴 채 곧장 자리를 피했다.
제왕은 심화영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심화영은 입꼬리만 웃고 눈은 웃지 않았다.
그야말로 살가운 척만 하는 차가운 웃음이었다.
이 일은 더 이상 깊게 가지 않고 그저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다.
그 사이 전소현의 호위무사가 토끼 일고여덟 마리와 약재들을 바구니째 들고 와 놓았고 전소현은 못 견디겠다는 듯 외쳤다.
“이제 시작하지!”
심화영은 제왕을 더 이상 거들떠보지도 않고 앞으로 나서더니 곧장 토끼 한 마리를 골라 약환 하나를 입에 물려 먹였다.
전소현도 마찬가지로 하나를 고르더니 자신만만하게 똑같이 따라 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서로의 토끼를 교환했다.
삼황자 곁에 서 있던 이 어의는 목을 빼고 전소현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소군주님, 저 심씨 가문 셋째 아가씨가 사용한 약이 대체 무슨 독입니까?”
모두가 심화영의 의술을 하찮게 여겼다.
반면 전소현은 변상현의 제자였으니 그 자격부터가 다르다 여겨졌고 적어도 그녀라면 독의 성분쯤은 단번에 간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현장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삼황자 혹은 제왕의 편이었고 모두 전소현이 이겨서 심화영을 명양왕 곁에서 떼어내길 바라고 있었다.
애초에 다들 심화영은 허수아비나 마찬가지로 여겼고 전소현은 명문가의 정식 제자였으니 당연히 쉽게 독을 간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토끼를 들여다보던 전소현의 미간이 깊이 찌푸려졌다.
심화영이 쓴 독은 그녀가 처음 보는 독이었다.
때문에 단번에 대답하기가 어려웠지만 아무 말 없이 넘기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반면 심화영에게 상대가 무엇을 썼는지 묻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손씨 가문 서자가 슬쩍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런 겨루기, 그냥 보긴 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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