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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남자는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눈동자에서 흐르는 눈빛에는 그의 감정과 불안한 마음이 드러났다. 심화영은 문 앞에 서서 어쩔 줄을 몰라 눈을 깜빡이며 둘러대듯 말을 이었다. “그, 삼황자 전하께선 곡의와 이미 하고 있어요. 오신 분들은 손 상서, 제왕, 안왕...” 그녀는 말을 돌리려 했지만 남자는 받아주지 않고 그녀의 얼굴에 꽃이라도 피어난 듯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무언가 말하려다 멈춘 듯하면서도 정에 젖어 있는 것처럼 다정했다. 또 자신이 억울함을 당했어도 애써 그녀를 위해 변명거리를 찾는 듯한 묘한 기분도 들게 했다. “...” 심화영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강훈을 불러낸 건 그녀였으니까. 그녀를 도와... 심화영은 부끄러워 머리를 긁적이며 몸 둘 바를 몰랐다. “그 일은, 비록... 음, 비록 어이없긴 하지만 그래도...”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남자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낭자가 본왕을 부른 건 낭자의 계획에 협조해달라는 것이 아니오? 하지만 본왕의 다리가 불편하니 낭자가 직접 해야 할 것이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했다. 특히 이렇게 부드럽게 말할 때면 은은한 유혹이 묻어나 매력이 더해졌는데 마치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 같았다. 심화영이 황급히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느긋이 침대에 기대어 앉아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하라는 태도를 보였다. 심화영은 귀신에 홀린 것처럼 입가에 맴돌던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때는 애매하게 변했다. “그,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요.”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앞으로 다가갔다. ‘사양하지 않겠다고?’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가 어떤 행동을 보일지 흥미로운 눈빛으로 지켜보았다. 심화영의 마음 한구석에는 수줍음이 가득했다. 그동안 삼황자를 짝사랑해왔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는 전혀 진전이 없었고 남녀 간의 일이라곤 치료하는 정도밖에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그와 이런 관계를 맺어야 하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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