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6화
붉은 옷자락이 허공을 가르며 흩날리더니, 유성이 달을 좇듯 궁궐 담장을 훌쩍 뛰어넘었다.
최도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럴 수가! 방준서가 밀옥에 갇혀 삼 년을 보냈는데, 어찌 그 무공이 예전 그대로란 말인가! 경공이 털끝 하나 줄지 않았구나!”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방준서는 심화영이 건넨 약환을 삼키고서야 그것이 범상한 약이 아님을 깨달았다. 곧 피가 멎었을 뿐 아니라, 그녀가 그의 머리에 박아둔 은침과 맞물려 내공이 한순간에 극한으로 솟구친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달아나겠는가.’
방준서는 궁궐 담장을 넘자 곧장 심화영과 약조한 용인 객잔으로 몸을 날렸다.
냉궁 안, 상투가 흐트러진 정비마마는 그 웃음소리를 듣자 벌떡 일어나 문설주를 움켜쥐며 외쳤다.
“어찌 된 일이냐! 방준서가 어찌 나왔단 말이냐!...”
말은 도중에 뚝 끊겼다.
불길한 예감이 등줄기를 훑고 지나가며 온몸을 싸늘히 얼렸다.
“혹 전해진 소식이 있는지, 소인이 나가 살펴보겠습니다.”
계집종 약수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곧장 구석으로 달려갔다. 담을 뒤덮은 넝쿨을 헤치고 주먹만 한 구멍으로 바깥을 엿보았다.
그때 어린 내관 하나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낯빛은 종이장처럼 질려 있었다.
“약수 아씨, 큰일 났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으나, 최 장군께서 가 보셨을 때 화영 아씨는 보이지 않고 방준서만 달아났습니다!”
“어찌 그런 일이 있단 말이냐! 분명 사 내관이 데려간다 하지 않았더냐!”
“사 내관이 사람을 거느리고 갔습니다. 진법도 이미 열렸으니 빠져나올 길이 없었을 터인데...”
그때 최도진이 급히 들어왔다.
“마마는 어디 계십니까.”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궁궐 담장을 훌쩍 넘어 안뜰로 내려섰다.
문가에 주저앉아 있던 정비마마를 보고 물었다.
“사돌이는 어디 있습니까.”
정비마마는 고개를 저으며 다급히 부인했다.
“이 몸은 알지 못하느니라. 오늘은 사돌이를 본 적이 없다.”
최도진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마마, 아십니까. 방준서를 풀어낸 자가 날랜 검으로 현철 쇠사슬을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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