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5화
전강훈의 눈길이 심화영에게로 향했다.
부드러운 말 한마디는 누구도 거절하기 어려운 법이었다. 하물며, 어릴 적부터 마음속에 품어온 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꾸짖음은 금세 사라지고, 남은 것은 따뜻한 한숨뿐이었다. 전강훈은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정녕 어찌할 도리가 없구려. 화영이가 그 칼바람 이는 싸움터를 그토록 그리워한다면, 이 몸도 기꺼이 함께 뛰어들겠소.”
심화영은 얼굴을 부비며 살며시 속삭였다.
“역시 강훈 오라버니가 제일 좋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날카로웠던 기운은 사라지고 애교 어린 고양이처럼 다정히 매달렸다. 전강훈의 얼굴에도 저절로 웃음이 번졌다.
마차 안에서 고윤희가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만 해도 신과 마왕처럼 위엄을 떨치던 명양왕이 이제는 애정 가득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고윤희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참, 이 아이들.”
난옥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이제 부인께서도 화영 아가씨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명양왕께서 이토록 아끼시니, 앞길은 평탄할 것입니다.”
두 사람은 슬며시 발길을 거두며 못 본 체 발을 물렸다.
심화영은 긴장을 내려놓고 전강훈의 어깨에 턱을 기대며 속삭였다.
“제가 방준서를 놓아주었는데, 노여워하지 않으십니까?”
전강훈은 낮게 웃으며 답했다.
“노여워하지 않소.”
그러면서도 그의 입술은 심화영의 이마에 닿았다.
“혼례를 올린 뒤에는 단단히 벌을 주어야겠소. 감히 다른 사내와 거래를 하오.”
심화영의 뺨은 붉게 물들었다. 순간, 그녀는 용기를 내어 전강훈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짧고 가벼운 스침이었으나, 분명한 첫 입맞춤이었다.
어릴 적, 포동포동한 아이가 품에 안겨 와락와락 입을 맞추던 때와는 달랐다. 그때는 두 아이의 장난이었으나, 지금은 가슴을 울리는 설렘이었다.
전강훈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나직이 탄식했다.
“팔월 보름, 더는 기다리기 어렵소.”
심화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셔야 합니다. 반드시 기다려야 합니다.”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전강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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