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2화
심화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전강훈이 떠올라 불안해진 순간 손정민이 싸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자는 결국 자만이 지나쳐 스스로 화를 불러왔지. 전강훈의 그늘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 뿐일 것이다.”
그의 말소리에는 기묘하게 들뜬 기쁨과 이를 가는 듯한 원망이 뒤섞여 있었다.
심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들의 고모는 지금 궁성 담장에 매달린 채 반쯤 죽어 있었고 그들의 아버지 역시 심진성에게 곤장 서른 대를 맞았다.
그러니 손씨 일가가 자신을 원망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 원한을 핑계 삼아 전강훈을 모함하려 드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삼세번이라 했던가, 이제는 내가 저들을 너무 봐준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심화영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귀를 기울였다.
그때 옆의 ‘여인’이 입을 열었는데 뜻밖에도 목소리는 낮고 매끄러운 사내의 것이었다.
“나는 오히려 궁금하구나. 그 심화령이라 하는 여인은 어찌하여 이토록 큰 상처를 입히게 되었는지.”
그 음성에는 얄궂은 미소가 배어 있었다.
손정민은 아부하듯 허리를 굽혔다.
“좌호법과 견주겠습니까? 그자 따위는 한낱 날뛰는 재주꾼일 뿐이지요.”
“말이 지나치구나.”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어둠 속에서 심화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강인? 남자인가 여자인가 알 수 없는 자라니... 그러니 아까 그 무사가 내가 강인이라며 여장한 사내일 것이라 의심했던 게로구나.”
이윽고 그녀의 입꼬리에 서늘한 웃음이 번졌다.
“좋다. 차라리 이용해 주지. 감히 나를 모함하려는 자들,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리라.”
심화령은 사방을 살펴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뒤, 다시 횃불을 밝혔다.
그리고 방금 그 강인이 벽에 남긴 표식을 흉내 내며 가는 길마다 표시를 남겼다.
바람의 흐름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고 더 이상 적과 맞닥뜨리진 않았다.
하지만 길바닥에는 제법 많은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이 길이 올바른 길임을 확인한 심화영은 주저 없이 출구 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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