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3화
송로는 후다닥 소리를 내며 뒷마당으로 몸을 숨겼다.
심화영이 혜심원을 나서니 문 앞에 백세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가씨, 그 사람은 제가 왕부에 모셔 두었습니다. 이쪽에는 방준서가 있어 혹여 불상사가 생길까 염려됩니다.”
심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들러 보리라.”
그렇게 두 사람이 대문 앞에 이르렀다. 조덕배가 손에 먼지떨이를 들고 안을 기웃거리다가 심화영이 백세민과 함께 나오는 것을 보고는 조금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아가씨, 무사하셨습니까?”
그러면서도 자꾸 안을 들여다보니 마음이 딴 데 있는 것이 역력하였다.
심화영은 계단 위에 서서 조덕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도적 무리 몇 놈이 설치던 것뿐인데 무슨 일이나 있겠습니까.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날 그녀는 자줏빛 옷차림이었는데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넘쳐 문가에 서 있기만 해도 태양보다 눈 부신 듯하였다. 그러나 시선이 마주치자 조덕배는 괜스레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어제 아가씨께서 납치되셨다는 말이 돌아 폐하께서 저를 보내시어 살펴보라 하셨어요. 보약도 하사하셨고요.”
심화영은 백세민에게 눈짓하여 상자를 받게 하고는 정중히 말했다.
“부디 폐하께 감사 인사를 전해 주시지요.”
조덕배는 실실 웃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오늘은 송로가 안 보이네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심화영은 속이 울컥하며 불쾌해졌다.
“저희 큰아가씨께서는 근래 병을 얻으시어 시골로 요양을 가셨습니다. 그곳 살림이 불편하니 몸종을 더 붙여 보내야지 않겠습니까. 하여 송로도 함께 내려갔어요.”
“그렇습니까...”
조덕배는 크게 실망한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더는 방해치 않겠습니다. 곧장 궁에 돌아가 폐하께 아뢰지요. 또 황후마마의 침구 치료는 언제 다시 오실 작정이신지요?”
“닷새 뒤에 들르겠습니다.”
칠 일에 한 차례 침을 놓는 법이라 매일 궁에 들 생각은 없었다. 밖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으니 말이다.
조덕배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돌아갔다.
심화영은 방으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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