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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방 안으로 들어온 자윤은 심화영이 깨어난 걸 보더니 눈물로 푹 젖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가씨, 깨어나셨습니까? 정말 다행입니다!” 단향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연정 아가씨께서는 무엇 때문에 우리 아가씨를 만나려고 하는 것이지요? 연정 아가씨와 유씨 부인께서 이간질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아가씨도 그런 짓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심화영은 그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계집종인 그들이 심화영보다 상황을 더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송연정과 유씨 부인이 다른 속셈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심화영은 유씨 부인을 자신의 친어머니라고 여겼고 송연정을 자신의 사촌 언니라고 여기며 그들을 철석같이 믿었다. 특히 송연정은 후작 댁에서 살게 된 뒤로 늘 심화영을 도와주었고 그 때문에 심화영은 더욱더 송연정을 신뢰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한 가지 점을 간과했다. 그것은 바로 송연정이 사실 그녀를 도운 게 아니라 그녀를 지옥으로 밀어 넣었다는 점이었다. 당시 송연정과 유씨 부인은 전강훈이 얼마나 나쁘고 삼황자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계속해 얘기했고 그로 인해 심화영은 삼황자를 더 좋아하게 되고 전강훈을 더 혐오하게 됐다. 이번에 송연정이 비를 무릅쓰고 찾아온 이유는 심화영을 부추겨 그녀와 명양왕부 사람들이 완전히 척을 지게 함으로써 심씨 가문이 어쩔 수 없이 삼황자의 편에 서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심화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때 송연정이 안으로 들어왔다. 송연정은 분홍색 치마에 나비가 달린 보요를 머리에 꽂고 있었다. 소녀다운 옷차림이었지만 송연정이 그러고 있으니 소녀다움은 없고 유씨 부인처럼 요염한 데가 있었다. 심화영은 조금 당황했다. 유씨 부인과 송연정이 이렇게나 닮았다니. 심지어 송연정은 친딸인 심화영보다도 더 유씨 부인을 닮았다. 심화영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송연정이 빨리 다가와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화영아, 드디어 깨어났구나. 그동안 내가 얼마나 초조했는지 아느냐? 하필 또 대부인께서 아무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지. 얼른 한 번 보자꾸나. 다친 데는 없느냐?” 송연정은 심화영의 어깨를 잡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심화영은 송연정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한참 뒤에야 덤덤히 말했다. “언니, 이 집에 들어오신 지는 7, 8년 정도 되었지요?” 그해 3월, 송연정의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셨고, 노름에 빠진 송연정의 아버지는 돈을 빌리고 갚지 않고 있다가 결국 노름판에서 다른 이들에게 맞아서 죽었다. 유씨 부인은 부모님을 잃은 송연정을 가련히 여겨 그녀를 저택으로 데려오려고 했지만 대부인이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유씨 부인은 어쩔 수 없이 심화영에게 대부인을 찾아가서 사정하라고 부탁했다. 대부인 고윤희는 태부 댁 여식으로 고상하고 정숙하기로 유명했다. 비록 심화영은 고윤희의 친딸이 아니지만 고윤희는 큰언니와 그녀를 차별하지 않았다. 다만 심화영에게 조금 엄격한 면이 있어 심화영은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심화영은 고윤희에게 사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송연정이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눈물로 호소했다. “화영아, 나에게 가족은 너와 유씨 부인 두 명뿐이다. 제발 날 한 번만 도와주거라. 나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유씨 부인 말을 들어 보니 대부인께서 널 엄격히 대하긴 하지만 자신의 친딸처럼 여긴다고 들었다. 네가 사정한다면 대부인께서 틀림없이 허락할 것이다!” 심화영은 눈물을 보이는 송연정이 불쌍해서 고윤희에게 애원했다.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심화영은 고윤희의 처소 앞에 무릎을 꿇었고 고윤희는 일각도 지나지 않아 안에서 부랴부랴 나와 심화영을 일으켰다. 그녀는 심화영에게 자신의 옷을 걸쳐주면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 아이가 뭐라고 이렇게 네 몸을 해치면서까지 사정하는 것이냐? 그 아이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느냐?” 당시 심화영은 단호히 말했다. “네.” 심화영이 보기에 고윤희는 그녀의 가족이 아닌 남이었다. 반대로 송연정은 그녀의 사촌 언니이기 때문에 고윤희보다 송연정이 자신과 더욱 가까운 사이라고 여겼다. 고윤희의 눈빛을 보니 상처를 받은 듯했는데 뜻밖에도 고윤희는 별말 하지 않았다. 그렇게 송연정은 후작 댁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심화영은 송연정에게 자신의 처소를 양보했고 유씨 부인은 심화영의 아버지를 설득하여 나이순으로 서열을 따지게 했다. 결국 송연정은 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가 되었고 둘째 아가씨였던 심화영은 결국 셋째 아가씨가 되었다. “그렇단다.” 송연정은 머리를 넘기면서 심화영을 바라보았고 그 순간 심화영이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음을 발견했다. 천진난만한 심화영의 눈동자가 이 순간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서늘하여 송연정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송연정은 그 순간 조금 당황했다. 심화영은 그녀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며 그녀를 힐끗 보았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절 찾아오신 겁니까?” 송연정은 정신을 차리고 본론을 꺼냈다. “네가 깨어나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구나. 명양왕부에서는 정말 지나치다. 만약 그들처럼 권세를 등에 업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집안에 시집을 가게 된다면 절대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왜 그런 말을 하시는 것입니까?” 심화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가만히 송연정을 바라보았다. 송연정은 일부러 과장하여 말했다. “이모부께서 명양왕 전하를 만나러 가셨는데 글쎄 그 댁 사람들이 이모부께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는 것 아니겠느냐? 그건 우리 이모부를 모욕하는 일이지 않으냐? 그리고 너도 심하게 다쳤는데 명양왕부에서는 병문안을 오지 않았지. 되려 삼황자 전하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의원을 찾고 약을 구해다주셨다. 내가 보기에 명양왕 전하와 혼인할 바에야 차라리 삼황자 전하와 혼인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구나.” 심화영은 송연정과 유씨 부인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전강훈을 싫어했고 또 삼황자를 좋아했었기에 전생에는 그녀의 말을 들은 순간 명양왕부를 더욱 혐오하게 되었다. 그러다 전강훈이 해독약이 없는 독에 당하여 평생 바퀴 의자에 의지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알았을 때, 심화영은 미안한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그를 불러내갔다는 건 절대 언급하지 않고 자꾸 그가 그녀에게 귀찮게 달라붙어 생긴 일이라며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수치도 모르고 칭찬해 달라고 삼황자에게 찾아갔다가 왜 굴러떨어졌는데 죽지 않았냐고 조롱당하기도 했다. 고윤희가 그녀를 데리고 명양왕부로 사과하러 가겠다고 했을 때 심화영은 고윤희에게 대들었고 그 때문에 고윤희는 화병으로 피를 토하게 되었다. 그러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야 심화영은 진실을 알게 되었다. 전강훈이 차라리 죽기를 바랐던 그날, 송연정이 몰래 저택을 떠나 전강훈에게 약을 가져다주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일을 떠올린 심화영의 눈동자에 잠깐 서늘한 빛이 감돌았다. 송연정은 심화영이 자신의 말을 듣고 전강훈에게 화가 난 줄 알고 이때다 싶어 말했다. “내가 보기에 명양왕부에서 먼저 매정하게 굴었으니 우리도 굳이 그들의 체면을 고려할 필요가 없을 것 같구나. 내가 너라면 열흘 뒤 대비마마의 생신 때 사람들 앞에서 명양왕 전하와의 혼약서를 찢어버릴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 명양왕 전하가 더는 널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전생에 심화영은 바보처럼 송연정의 말대로 했었다. 그 일로 명양왕부는 체면을 심하게 구기게 되었고 전태산은 격분하며 그녀를 죽이겠다고 했다. 심지어 황제마저 그를 말리지 못할 뻔했다. 그때 전강훈이 나서서 애원하지 않았더라면 심화영은 그날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고개를 든 심화영은 기대에 가득찬 송연정의 눈빛을 바라보다가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짝. 송연정은 자신의 뺨을 감싸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심화영을 바라보았다. “화영아, 너...” 심화영은 손이 살짝 떨렸으나 살짝 쉰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언니의 신분을 잊지 마세요. 저와 명양왕 전하가 어떻게 될지, 삼황자 전하와 어떻게 될지 남남인 언니가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은 없습니다.” 송연정은 경악한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심화영을 바라보았다. “지금 날 보고 남남이라고 한 것이냐?” 후작 댁으로 들어온 뒤로 심화영은 늘 그녀를 친언니처럼 여기며 뭐든 그녀에게 양보하고 그녀의 말에 무조건 따랐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그녀를 남남이라고 하면서 그녀를 때렸다. 송연정이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심화영은 축객령을 내렸다. “자윤아. 손님을 배웅하거라.” “이만 돌아가시지요.” 자윤이 앞으로 나서면서 송연정을 끌고 나갔다. 송연정이 떠나자 단향은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가씨, 잘 때리셨습니다! 말도 아주 멋지게 잘하셨습니다! 제가 보기에 연정 아가씨는 아주 악질입니다. 삼황자 전하와 손 상서 나리의 적손녀는 이미 혼인을 약속한 사이이고 아가씨는 명양왕 전하와 어렸을 적부터 혼약이 있었는데 송연정 아가씨의 말대로 했다가는 웃음거리가 돼 버리고 말 것입니다.” 심화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멍청했던 심화영은 계집종들도 아는 사실을 알지 못해서 심씨 가문 사람들을 전부 불구덩이로 밀어넣었다. 그뿐만 아니라 네 명의 계집종들까지 전부 그녀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정말로 후회되는 일이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전강훈의 다리를 치료하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만회할 여지가 있었다. 심화영은 일어나서 옷을 입고 대충 정리한 뒤 말했다. “너희는 여기 남아 있거라. 만약 어머니께서 물으신다면 명양왕을 위해 의원을 찾으러 갔다고 전하거라.” 말을 마친 뒤 심화영은 지우산을 들고 나갔고 송로가 그녀를 뒤따르면서 놀란 표정으로 기쁘게 말했다. “아가씨, 드디어 명양왕 전하께 마음을 쓰시는군요. 하지만 지금 밖에서는 큰 비가 내리고 있고 아가씨께서는 고열까지 앓고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지금 성 안에 있는 의원들 모두 명양왕부 나리께서 데려가셔서 아가씨께서 가신다고 해도 아무도 모셔 올 수 없을 것입니다.” 심화영이 무언가 말하려던 그때 갑자기 월계가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큰일입니다. 명양왕 전하께서 중상으로 기절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시는 탓에 명양왕부 나리께서 심씨 가문이 더는 경성에서 지낼 수 없게 할 거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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