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8화
하지만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도령의 아름다움에 홀려 나는 기꺼이 사내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겠소.”
그 순간 그의 눈동자엔 깊고 서늘한 살기가 스쳤고 다시 동쪽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기세는 산하를 삼킬 듯했다.
사실 그의 속셈은 딴 데 있었다.
만약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려 정략결혼을 하게 될 것이며 그때가 되면 그의 집에는 여자가 열 명은 안 되더라도, 서너 명은 반드시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심여진은 홀로 그곳으로 떠나 의지할 곳은 오직 그뿐이니, 자칫 잘못하면 뼈도 못 추릴 수 있었다. 그러니 차라리 남장을 시켜 항상 곁에 두는 것이 더 안전할지도 모른다.
심여진은 그의 속마음을 모른 채,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을 붉혔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가 이런 이상한 취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정말인지 묻고 싶었지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잠시 참기로 했다.
말을 하려던 찰나, 갑자기 앞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누군가가 말했다.
“앞에 계신 분이 화영 낭자십니까? 잠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볼일 있으면 빨리 말하고 헛소리할 거면 빨리 꺼져!”
심화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맞은편 배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배 안에서 심여진의 안색 또한 어두워졌다. 뱃머리에는 다름 아닌 손용득이 서 있었다. 손용득은 꽤 오래전부터 심여진에게 추파를 던져왔지만 최근에는 통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뜬금없이 나타난 것일까?
손용득은 복잡한 심정으로 심화영을 바라보며 이전의 능글맞은 태도를 버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저는 단지 여진 낭자의 안부가 궁금했을 뿐인데 어찌하여 화영 낭자께서는 저를 이토록 몰아세우시는 겁니까?”
심화영은 손용득의 말을 믿지 않았다. 두 가문이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사이가 틀어진 상황에서 손용득이 죽은 그의 숙부와 심진성에게 매질을 당한 할아버지를 걱정하지 않고 심여진을 걱정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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