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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평소처럼 몸을 기울여 조현희의 안전벨트를 채워 주던 성준빈은 그녀의 눈이 빨갛게 된 것을 보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 “영상은 예상치 못한 사고였어. 내가 어떻게든 깨끗이 지울 테니 걱정 마. 오늘 네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으니까 일단은 집에 데려다줄게, 가서 좀 쉬어.” 입술을 살짝 깨문 조현희는 성준빈이 사무실에서 했던 말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잠시 멈칫한 성준빈은 손을 들어 조현희의 눈물을 닦아 준 뒤 무언가 떠오른 듯 차 문을 열었다. “잠시만 기다려, 뭐 좀 사 갖고 올게.” 차 문이 닫히자 조현희는 성준빈이 휴대폰을 잘못 가져간 것을 발견했다. 앞에 놓여 있는 성준빈의 휴대폰을 본 조현희는 무심코 집어 들어 조수민의 생일을 입력했다. 휴대폰이 성공적으로 잠금 해제되었다. 그리고 즐겨찾기 목록 제일 위쪽에 조수민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최근 대화 내용을 보니 본인이 돌아가기 전에 조현희와 인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는지 조수민이 성준빈에게 묻는 내용이었다. 성준빈이 바로 답장했다. [장난감일 뿐이야, 한 번도 마음을 준 적이 없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은 조현희는 코끝이 시큰거리는 것을 꾹 참으며 화면을 위로 스크롤 했다. 조수민이 출국한 지난 2년 동안 성준빈은 매일 저녁 8시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시간은 이사회를 연다고 하면서 조현희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방해하지 말라고 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성준빈은 매달 조수민에게 몇천만 원이 되는 돈을 화끈하게 송금했다. 조수민도 본인 어필에 능했다. 가끔 셀카를 성준빈에게 보내면 성준빈은 조현희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귀여운 동물 이모티콘으로 답장하며 옷을 너무 얇게 입지 말고 감기 조심하라고 말했다. 대화 내용들을 본 조현희는 마침내 깨달았다. 성준빈을 한 번도 제대로 이해한 적이 없다는 것을... 여태껏 성준빈이 보여준 부드럽고 세심한 모습은 조수민에 대한 큰사랑의 아주 작은 일각에 불과했다. 응급 피임약 하나를 들고 차로 돌아온 성준빈은 조현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극도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어젯밤에 너무 급해서 이런 걸 신경 못 썼네.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 이거 먹어.” 두 손으로 약을 꽉 움켜쥔 조현희는 입술이 피가 날 정도로 깨물었다. 직접 듣지 않았다면 아직도 성준빈이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해 준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조현희는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차가 별장 앞에 멈춘 후 성준빈은 습관적으로 조현희와 키스로 작별을 고하려 했지만 조현희가 그의 키스를 피하며 허둥지둥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러자 눈빛이 어두워진 성준빈은 강압적으로 조현희를 품에 안았다. “아직도 영상 일로 기분이 안 좋은 거야? 영상은 내가 녹화한 게 아니야, 호텔 책임자도 이미 해고했어.” 성준빈이 조현희의 턱을 들어 올렸다. “현희야, 난 한 번도 너를 해칠 생각 한 적 없어. 그리고 절대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 곧 우리 기념일이잖아. 그때는 제대로 보상해 줄게.” 진실보다 선의로 위장한 거짓말이 종종 더 깊은 상처를 주는 법이 아닐까? 코끝이 시큰해진 조현희는 성준빈을 밀어냈다. “나 이만 들어갈게.” 거의 뛰다시피 하며 별장 안으로 들어간 조현희는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조병우와 부딪쳤다. 얼굴이 잔뜩 어두워진 조병우는 조현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손을 들어 힘껏 그녀의 뺨을 때렸다. “조현희, 내가 너를 잘못 키웠어. 연애할 거면 조용히 하지. 왜 그런 민망한 영상까지 찍고 난리야! 이 늙은이 얼굴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너희 학교 학생들이 왜 자꾸 너만 겨냥하는지 이제 알겠네. 더럽고 추잡해서 주위에 파리 새끼들만 끼는구나!” 욕을 퍼부은 조병우는 항공권 한 장을 조현희 앞에 던졌다. “7일 후 티켓 예약해 뒀으니 날자가 되면 저 멀리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바닥에 떨어진 항공권을 주운 조현희는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손에 쥔 티켓 한 장은 마치 이 세상에서 버림받았다는 판결문 같았다. 아빠라는 사람이 조현희가 체면을 깎아 먹는다며 떠나길 원했다. 때마침 조현희도 더 이상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갈게요.” 조현희는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아빠 말씀대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게요.” 순간 조병우는 본인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멈칫했다. 예전에 조수민을 해외 연수 보낼 때 조현희에게도 함께 가라고 권유했지만 조현희는 계속 거절했다. 여러 번 캐물은 끝에 현재 연애 중이며 상대방을 죽을 만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현희가 다시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이번에 이렇게 깔끔하게 승낙할 줄은 몰랐다. 그제야 화를 조금 가라앉힌 조병우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민이 주말에 돌아와, 수민이 위해 환영회 파티를 열 거니까 너도 참석해. 영상이 이미 퍼졌으니 네가 얼굴을 안 보이면 도리어 그런 풍문을 사실로 만드는 꼴이 될 거야.” 조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 조현희는 학교에 사흘간 휴가를 신청했다. 그 사흘 동안 성준빈이 예전에 선물했던 물건들을 모두 포장해서 중고 사이트에 올렸다. 사흘 후, 조수민이 귀국했다. 조병우는 서울 최대 호텔에서 조수민을 위한 환영 연회를 열어 상계의 유명 인사들을 모두 초대했다. 그중에는 성준빈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자리에서 성준빈을 만날 줄 몰랐던 조현희는 몸을 돌려 떠나려던 순간 남자에게 손목이 잡혀 사람 없는 곳으로 끌려갔다. 조현희를 벽에 밀어붙인 뒤 양손으로 그녀의 양옆을 짚어 자기 품 안에 가둔 성준빈은 뜨거운 숨결을 내뿜으며 말했다. “며칠 동안 학교도 안 가고 내 메시지에도 답장 안 하더니, 기념일조차 소식이 없네? 조현희,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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