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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출국 하루 전 조병우는 사람을 보내 두 딸을 퇴원시켰다. 조현희와 조수민은 같은 차에 올랐다. 하지만 차가 절반쯤 가고 있을 때 운전기사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작은 길로 들어섰다. 조현희가 이상함을 감지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차는 어느새 폐공장 앞에 멈춰 있었다. 운전기사가 차 문을 열자 흉악한 인신매매범 두 명이 달려들어 조현희와 조수민을 끌어내렸다. 겁에 질린 조수민은 목청이 터져라 소리 질렀다. “살려주세요! 이것 좀 놔주세요!” 조현희도 어리둥절했다. ‘운전기사는 아빠가 배치한 사람인데 어떻게 납치범들에게 매수당한 거지?’ 생각하고 있는 사이 두 사람을 낡고 허름한 방 안으로 가둔 납치범들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둘 중 하나는 성준빈의 약혼자이고 다른 하나는 성준빈의 미래 처제잖아. 그러니 몸값 200억 정도는 충분히 요구할 수 있잖아?” 조수민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납치범이 성준빈 번호를 누른 뒤 스피커폰으로 돌렸다. “여보세요?” 남자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울려 퍼졌다. 납치범이 조수민에게 눈짓을 하자 조수민은 즉시 흐느껴 울며 말했다. “준빈 씨, 나야, 나 수민이야! 나, 나 납치당했어. 이 사람들이 몸값 200억을 요구하고 있어...” 성준빈은 어조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수민이 건드리지 마! 계좌번호 보내, 돈은 즉시 넣어 줄 테니.” 이 말을 들은 납치범은 다시 전화기를 조현희 근처로 가져갔다. “너도 몇 마디 해봐. 성준빈이 10억만 추가해 주면 너도 놔줄게.” 조현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성준빈이 나를 얼마나 미워하는데 돈을 들여 나를 구한다고? 흥!’ 조현희가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하고 있을 때 다른 납치범이 동료 곁으로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형, 조현희 씨가 200억이라고 했잖아? 왜...” 납치범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전화기 너머의 성준빈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꽉 움켜쥔 성준빈은 안색이 먹물처럼 어두워졌다. ‘조현희와 납치범이 한패네! 운전기사가 매수당한 것도, 납치범이 1억이란 거액을 요구한 것도 다 조현희가 한 짓이야.’ 여기까지 생각한 성준빈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현희는 죽든 살든 나와 상관없어, 너희들 마음대로 해!” 조현희가 돈을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의 악연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얼마든지 줄 수는 있었다. 한편 성준빈의 말을 들은 조현희는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성준빈은 정말로 그녀가 죽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사랑한 적이라고는 한 번도 없었고 그저 뼛속까지 스며드는 증오만 가득할 뿐이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창고 밖에서 급제동 소리가 들려왔다. 창고로 달려 들어온 성준빈은 조수민을 꽉 껴안더니 하찮은 쓰레기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구석에 있는 조현희를 힐끔 쳐다본 뒤 납치범에게 말했다. “돈은 이미 보냈어. 조현희는 마음대로 해. 산골에 팔아넘기든, 아예 영원히 처리해서 없애버리든 내키는 대로 하면 돼.” 성준빈이 조수민을 안은 뒤 당당한 걸음으로 저 멀리 사라졌다. 그동안 조현희는 멍한 얼굴로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두 사람이 떠난 후 납치범들도 더 이상 연기하지 않고 곧바로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전에 네가 성준빈이랑 잤다는 소문은 들었어. 그래서 약간의 정은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1억도 아까워하는 걸 보니 성준빈 마음속에 너는 개만도 못한 존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조현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납치범을 바라보았다. “돈도 받았으니 나 이제 나가면 돼?” “간다고?” 납치범은 코믹 영화를 본 것처럼 코웃음을 피식 쳤다. “돈은 받았지만 일은 아직 끝내지 않았잖아. 마음껏 즐겨 봐야지!” 음흉하게 웃은 두 사람은 조현희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옷을 찢었다. 그러고는 뜨거운 담배꽁초로 조현희의 피부를 힘껏 지졌다. 처절한 비명을 지른 조현희는 땀과 눈물이 한데 섞여 얼굴에서 흘러내렸다. 조현희의 처량한 모습을 본 납치범들은 더욱 흥분했다. “학교에서도 이렇게 괴롭힘당했다면서? 오늘 우리가 제대로 다시 상기시켜 줄게.” “형, 우리 이 여자한테 글자나 지져서 새길까?” “좋지, 무슨 글자?” “걸레 어때? 획수도 많고 이 여자한테 딱이잖아! 하하...” 다리, 허리, 등에 담뱃불을 한 번씩 지질 때면 조현희는 고통에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피부 감각도 잃은 것 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두 사람은 마침내 손을 멈추고 미친 듯한 웃음소리를 내며 당당하게 저 멀리 걸어갔다. 폐허 속에 웅크려 있는 조현희는 가끔 경련을 일으켰다. 날이 어두워질 때쯤 파고드는 듯한 고통이 서서히 사라진 후 간신히 몸을 일으켜 벽을 짚고 비틀거리며 앞으로 한 걸음씩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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