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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간신히 집에 도착했다지만 문에 들어서자마자 가슴을 찌르는 듯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소파에 웅크린 채 담요를 두르고 있는 조수민은 마치 다친 새끼 고양이 같았다. 성준빈은 조수민 곁을 지키며 숟가락으로 탕약을 조심스럽게 떠먹여 주고 있었다. 그러다 조현희가 온 것을 느낀 듯 그녀에 대한 혐오가 가득 담긴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조현희를 바라봤다. “여기에 돌아올 면목이 있어?” 성큼성큼 걸어온 조병우가 손을 들어 조현희의 뺨을 세게 내리치자 천지가 빙글빙글 돌 정도로 머리가 어지러워진 조현희는 간신히 벽을 잡고 몸을 가누었다. “수민이가 돌아와서 네 마음이 불편한 건 알겠지만 그래도 네 언니야. 그런데 이런 악의적인 장난을 치다니, 그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 준빈이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큰 사고가 났을지 정말 상상하기도 싫구나.” 조수민은 마음속으로 너무 통쾌해했지만 아주 위선적인 표정을 지으며 조현희를 변호했다. “아빠, 동생 때리지 마세요. 저 지금 아무 일도 없잖아요? 못난 녀석 편들 필요 없어!” 분노가 극에 치달은 조병우는 가슴마저 오르락내리락했다. 자리에 얼어붙은 조현희는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 계속 침묵하던 성준빈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수민이에게 사과해.” 남자의 어조가 어찌나 차가운지 정말 고드름이 맺힐 듯했다. 이를 악문 조현희는 어디서 용기가 생긴 것인지 반박하기 시작했다. “사과 못 해!” 납치범들이 고문할 때 조현희는 이미 깨달았다. 이번 납치극은 조수민이 꾸민 것으로 조현희에게 악독한 동생이라는 누명을 씌우려는 것이었다. 그러니 조현희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사과를 해야 하는데?’ 한숨을 내쉰 조수민은 일부러 너그러운 척하며 말했다. “됐어. 준빈 씨. 내 동생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 우리 자매 사이 감정을 망치고 싶지 않아... 조현희가 너를 거의 죽일 뻔했는데 사과 한마디 하는 건 당연한 거야!” 성준빈은 혐오감이 더욱 짙어진 눈빛으로 조현희를 똑바로 응시했다. ‘조현희가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야만적으로 행동하고 말을 안 듣기 시작한 거지?’ 조병우 역시 조현희의 고집스러운 모습에 분노가 치밀었다. 조현희의 팔을 움켜쥐고 병아리를 들어 올리듯 뒤통수를 잡아 조수민 앞으로 끌고 갔다. 조현희가 아파서 신음한 후에야 그녀의 팔에 화상 자국이 빼곡한 것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바로 그때 성준빈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민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자기 몸을 이렇게까지 만들다니... 조현희, 너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몸으로 보여주는구나.” 이 말을 들은 조병우는 마음속의 의혹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내 조금 전보다 더 강렬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 듯 조현희의 어깨를 붙잡고 힘껏 아래로 눌러 조현희가 다리에 힘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도록 했다. “몸은 부모님이 물려준 거야. 그런데 이제 보니 네 마음속에 이 집도 나라는 아빠도 전혀 안중에 없는 모양이로구나!” 무력한 얼굴로 고개를 든 조현희는 때마침 성준빈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쳤다. 조수민을 감싸 안은 채 높은 곳에서 죄수를 심판하는 듯한 태도의 성준빈, 그리고 그의 앞에 초라하게 무릎 꿇은 채 존엄 따위 없어진 조현희... 단호한 조현희의 눈빛에 마음이 불편해진 성준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조현희, 수민에게 사과하기만 하면 이 일 그냥 없던 걸로 칠게.” 이 말을 듣고 코웃음을 친 조현희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성준빈을 노려보며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었다. “다시 말하는데 절대 사과 안 해!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 순간 멈칫한 성준빈은 눈에 남아 있던 작은 동정심마저도 완전히 사라졌다. 이내 폭풍과 같은 조병우의 매질과 욕설이 집안에 울려 퍼졌다. 안 그래도 허약한 상태의 조현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 얼마나 의식을 잃었을까, 다시 눈을 떴을 때 거실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온몸을 휘감는 고통을 참으며 두 손으로 소파를 짚고 일어나 비틀거리며 방으로 돌아가 짐 정리를 했다. 여행 가방을 닫기 직전 조수민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내가 준비한 송별 선물 마음에 드니?” 문에 기댄 조수민은 입가에 경멸 가득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사실 약혼식까지 남겨 두고 나와 준빈 씨 약혼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아빠가 절대 허락하지 않으시더라고. 너 때문에 조씨 집안의 체면이 다 깎여서 단 1초도 더 머물게 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 조현희, 이번에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마. 어차피 이 집은 네가 없어야 완전해지는 거니까. 그리고 2년간 내 남편의 무료 장난감이 되어 줘서 고마워. 덕분에 내가 없는 동안에도 준빈 씨가 외롭지 않았어.” 조현희는 입술을 꽉 다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여행 가방이 닫혔다. 이 순간 이 집에 대해 품었던 마지막 그리움도 함께 봉인되었다. 다음 날 해가 뜨기 전 조현희는 해외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단호하게,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났다. 탑승하기 전 성준빈의 모든 연락처를 주저 없이 삭제했다. 광활한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는 하얀 구름만 남겼다. 그것들은 불쾌한 과거에 마침표를 찍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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