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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저녁 식사가 끝나자 신도현은 만취 상태가 되었다. 친척들은 이대로 부부를 돌려보내기 불안하다며 하룻밤 묵고 가라고 했다. 조하린은 가정부를 불러 그를 방으로 부축해 옮겼다. 씻고 나온 그녀는 침실의 등은 끈 채 침대 머리맡의 작은 등만 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도현이 흐릿하게 눈을 뜨더니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지유야, 나 때문에 돌아온 거 맞지?” 조하린의 온몸이 굳었지만 그가 사람을 착각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녀는 한참을 버티다 되물었다. “그럼 당신은요? 오늘 왜 이렇게 취했어요? 누구 때문에?” “너야, 지유. 언제나 너 때문이었어. 아직도 모르겠어?” 이미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직접 귀로 들으니 조하린의 심장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제야 모든 조각이 맞춰졌다. 사랑의 고통으로 술을 마시던 남자가 어째서 그녀 앞에서는 한 방울의 술도 입에 대지 못하는 금욕적인 모습을 보였는지. 오늘처럼 술에 취해 진심을 드러낼까 봐, 그녀에게 모든 것을 들킬까 봐 두려웠던 걸까? 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숨을 쉴 수가 없어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화장실에 두 시간을 꼬박 앉아 있고 나서야 조하린은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 침대 위에는 신도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조하린이 침실 문을 열자, 발코니의 센서 등이 꺼지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소리 없이 다가가 창문 너머로 바깥에 서 있는 신도현과 강지유를 보았다. 밤의 어둠이 그의 표정을 가렸지만 억눌린 그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려왔다. “어제는 유럽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어? 왜 오늘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야?” “그럼 넌? 왜 하린이랑 결혼해놓고 나한테 말 한마디 안 했어?” 강지유의 차분한 목소리에 신도현은 가슴속 불길이 더욱 거세게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남아있던 마지막 이성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그는 강지유의 손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내가 왜 하린이랑 결혼했는지, 네가 가장 잘 알지 않나? 너를 닮았고 심지어 너의 피를 나눈 가족이기까지 하고. 그 여자랑 있어야만 며칠 전 파리에서처럼 널 한 번 훔쳐보려고 수십 시간을 바보같이 기다리는 짓거리 안 하고, 이렇게 당당하게 널 마주할 수 있으니까!” ‘아, 파리에 갔던 건 강지유 때문이었구나. 그래서 그 수많은 전화를 외면했던 거고.’ 조하린의 심장이 거세게 내려앉았고 손톱이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었다. 강지유 역시 그가 정말 그런 생각이었을 줄은 몰랐는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너 미쳤어!” “그래, 미쳤다! 네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부터 진작에 돌았어, 몰랐냐! 네가 필요해. 널 닮은 가짜라도 옆에 둬야 평생 너라도 그리워하며 살 거 아냐!” 그의 터져 나오는 고통스러운 절규에 강지유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녀는 마찬가지로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겨우 쥐어짰다. “도현아, 그렇게 하면 하린이는 뭐가 돼. 결혼한 지 3년이고 네 아이까지 가졌는데. 그 아이한테는 조금의 진심도 없었어?” 신도현은 코웃음을 쳤다. “강지유, 고작 대체품한테 무슨 진심을 바라. 설령 마음이 흔들렸다 해도 그건 널 닮은 그 얼굴 때문이야. 내 머릿속엔 온통 너뿐이라고! 하린이와 내 아이는 곧 태어날 거고 이름도 벌써 지어놨어. 신지현, 네 이름과 내 이름을 딴 거야. 우린 영원히 함께야!” 모든 것을 들어버린 조하린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더 이상 참지 못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신지현, 이름 한번 끝내주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밤마다 그녀를 탐하던 그의 모습과 임신 후 안절부절못하던 그의 태도를 떠올리며 절망적인 비명이 터져 나오지 않도록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몸에 남은 마지막 힘까지 다 빠져나간 그녀는 벽을 짚고 휘청이는 걸음으로 돌아섰다. 두 사람의 언쟁 소리가 점차 멀어지고 침실 문이 닫히기 직전 그녀는 강지유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린이가 진실을 알게 될까 봐 두렵지도 않아?” 신도현이 말했다. “하린이는 영원히 모를 거야. 설령 알게 되더라도, 날 너무 사랑해서 절대 떠나지 못해!” ‘절대 떠나지 못한다고?’ 조하린은 평평해진 아랫배를 만지며 처절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떠날 것이다. 그가 만든 이 감옥, 그녀의 손으로 박살 내고 훨훨 날아갈 것이고 절대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그날 밤, 신도현은 돌아오지 않았다. 날이 밝자마자 조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집으로 돌아가 서류를 챙겨 이민 수속을 밟았다. 막 일을 마치자 강지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하린아, 오늘 나랑 같이 묘지에 가줄 수 있을까? 네 아버지께 인사도 드리고 언니 산소도 좀 둘러보고 싶어서.” 조하린의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기에 외가 쪽과는 왕래가 잦지 않았다. 강지유와는 다섯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사실 그리 가깝다고 할 수도 없는 사이였다. 하지만 돌아가신 부모님을 찾아뵙겠다는데 조하린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꽃 한 다발을 사서 묘원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스포츠카를 발견했다. 신도현이었다. 그 역시 그녀를 발견하고는 곧장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다가왔다. “성묘 오면서 왜 연락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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