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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조하린의 입가에 소리 없는 미소가 번졌고 더 이상 듣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뒤돌아서는 그 순간, 하필이면 화장실에서 나오는 강지유를 마주했다. 조하린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계단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몇 걸음 못 가 강지유의 망설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린아?” 조하린은 무시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코너를 돌려던 찰나, 강지유가 쫓아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조하린은 여기서 그녀와 얽히고 싶지 않아 손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놓아주지 않았다. “너 맞구나. 혹시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라면, 제발 내 말을 들어줘.” 두 사람이 뒤엉켜 옥신각신하던 중, 조하린은 강하게 그녀를 뿌리쳤다. 하지만 그 반동으로 몸이 휘청이며 계단 아래로 떨어질 뻔했고 강지유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급히 그녀를 잡아당겼다. 덕분에 조하린은 계단에 기대 겨우 중심을 잡았지만 강지유는 균형을 잃고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져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다. 조하린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그녀는 정신없이 아래로 내려가 강지유를 구하려 했다. 하지만 손을 뻗는 순간, 거센 힘에 밀려 맥없이 나동그라졌다. 동시에 이마가 벽 모서리에 찍히듯 부딪치며 솟구친 피가 얼굴을 온통 적셨다. 찢어지는 고통에 숨을 헐떡이며 눈을 뜨자, 사람을 죽일 듯한 신도현의 눈빛과 마주쳤다. 그는 이를 갈며 한마디를 쏘아붙이고는 강지유를 안아 들고 미친 듯이 뛰쳐나갔다. “오늘 지유한테 무슨 일 생기면, 넌 열 배로 이 죗값을 치르게 될 거야!” 급박한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눈앞의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 머릿속 혈관이 터질 듯 욱신거렸고 피는 멈추지 않았으며 의식은 아득해졌다. 끝없는 어둠이 덮쳐왔고 그녀는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하린이 희미하게 눈을 떴을 때 의사가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환자분 의지력이 대단하시네요. 자칫하면 식물인간이 되어 영영 깨어나지 못 할 뻔했습니다.” 그녀는 의사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쉴 새 없이 진동하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신도현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린아, 어디야?” 조하린은 한참 침묵하다 병원과 병실 이름을 읊조렸다. 10분 후, 병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신도현이 허둥지둥 뛰어 들어와 가장 먼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많이 다쳤어? 배 속의 아이는 괜찮고? 난 네가 이모를 밀었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그렇게 화를 냈던 건데...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자초지종도 모르고 너한테 손을 대다니. 날 용서해줘.” 그의 말을 통해 조하린은 강지유가 깨어나 모든 것을 설명했음을 짐작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죄책감 가득한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며칠 쉬면 된대요.” 신도현은 아이도 무사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그제야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쓸어내렸다. 그는 무릎을 꿇고 그녀의 배를 만져보려 했다. 하지만 조하린은 단 한마디로 그의 행동을 멈춰 세웠다. “당신이랑 이모, 대학 동기였어요?” 신도현의 손이 허공에서 굳었다. “응, 같은 학교 다른 과였어. 왜?” 그가 주춤하며 손을 거두는 것을 보며 조하린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아니요, 그냥 두 분이 같은 동창회에 있는 걸 봐서요.” 신도현의 목울대가 몇 번 꿈틀거리더니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다. “배고프지? 아침 사 올게.” 허둥지둥 도망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조하린은 달력을 열어 날짜를 셌다. 이혼 숙려기간이 끝나기까지 앞으로 딱 열흘 남았다. 그녀는 곧 이 거짓투성이 결혼에서 벗어날 수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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