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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병원에서 보낸 일주일 동안 신도현은 지난번처럼 매일 오지 않고 며칠에 한 번씩 들렀다. 조하린은 그가 강지유도 돌봐야 한다는 걸 알았기에 그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표현하지 않았다. 퇴원하는 날 그는 직접 데리러 오긴 했지만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급하게 떠났다. 그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바라보고 있던 조하린은 이민청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서류가 모두 처리됐다는 통보였다. 그녀는 서류를 찾아온 뒤 주민등록등본과 주민등록증을 모두 말소했다. 모든 걸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예전에 샀던 커플 용품과 사진들 그리고 아이에게 사둔 옷과 장난감이 많이 나왔고 조하린은 그것들을 모두 버렸다. 신도현이 돌아왔을 때는 마침 그녀가 트렁크 가득 명품 가방을 싣고 있는 순간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성급히 걸어왔지만 쓰레기통 안에 쌓인 물건들을 보자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하린아, 아직도 나한테 화난 거야? 그래서 이걸 다 버린 거야? 나 가방 많이 샀어. 예전 일은 다 잊고 다시 기분 좋게 지내면 안 될까?”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었다면 조하린은 이렇게 오래 괴로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산처럼 쌓인 선물 상자들을 바라보며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화 안 났어요. 선물도 필요 없어요.” 그녀의 이런 반응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느낀 신도현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요즘 왜 그래? 뭐가 널 속상하게 했는지 말해줘. 우리 대화로 해결할 수 있잖아?” 조하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침묵했다. 신도현의 미간은 더 깊이 찌푸려졌다. 그가 추궁하려는 순간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하린아, 빨리 병원으로 와! 네 이모가 갑자기 쓰러졌어. 의사 말로는 급성 신부전이래!”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신도현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얼굴의 혈색이 사라지고 몸이 통제되지 않는 듯 떨렸다. 신도현이 정신없이 운전하려는 걸 보고 조하린은 서둘러 차 키를 빼앗아 그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는 강씨 가문 어른들이 모두 모여 신장 이식 검사를 하고 있었다. 의사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27살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젊은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말도 안돼요. 가족도 거의 없으니 적합한 상대를 찾을 확률이 너무 낮지 않을까요?” 신도현의 손이 크게 떨렸다. 이마엔 파란 혈관이 두드러졌다. 그는 병상에 누워 의식 없이 숨만 쉬는 강지유를 보다가 돌아서서 조하린의 어깨를 붙잡았다. 목소리엔 공포가 가득 서려 있었다. “하린아, 너도 검사해 줘.” 그 말을 들은 조하린의 외삼촌은 즉시 표정이 굳었다. “안 돼, 하린이는 아이 가진 몸이야. 검사하면 안 돼.” 하지만 신도현은 끝까지 그녀를 검사실로 데려가려 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조하린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고개를 들었다.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만약 내가 적합하다면 그럼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신도현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리고 무심결에 속마음이 그대로 튀어나왔다. “지금은 사람을 살리는 게 먼저야. 하린아, 넌 아직 젊잖아. 우리 다시 아이 가질 수 있어. 네 이모잖아. 네 엄마의 친동생이라고. 어떻게 그냥 보고 있을 수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조하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잠시 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피식 웃었고 문득 그 아이를 지운 게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그녀는 더 묻지 않고 조용히 검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은 그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직 그녀 자신의 이모를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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