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화
이나연은 꽉 닫힌 문을 힐끗 쳐다보며 눈동자 속에 교활한 빛을 번뜩였다.
잠시 후 한은찬이 오면 그때 송해인이 어떻게 망신당하는지 기대에 차 있었다.
연구실 안에서 송해인은 오전 내내 몰두하던 일을 마치고 드디어 안경을 벗었다.
뻣뻣하게 굳은 목덜미를 주무르며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한은찬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가 네 통이고 가장 최근 것은 3분 전이었다.
송해인은 잠시 그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지 고민하는 그때 하시윤이 다급하게 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왔다.
조금 전 이나연에게서 협박 문자를 받은 것이다.
“큰일 났어요, 해인 언니. 이나연 씨가 진짜로 임지영 씨한테 고자질했어요. 지금 임지영 씨랑 한 대표님이랑 같이 오고 있어요. 곧 도착한대요.”
“알고 있어요.”
송해인은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 담담히 실험복을 벗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시윤도 따라가려 했지만 송해인이 손으로 막았다.
“여기 있어요. 대신 해야 할 일이 있어요.”
하시윤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해인 언니 혼자서... 괜찮으시겠어요?”
송해인은 웃었다.
“시윤 씨까지 있다고 해서 우리가 더 강해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죠.”
하시윤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싸움도 못 하고 말다툼도 못하지만... 그래도 해인 언니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조금이라도 같이 나눠서 짊어지고 싶어요.”
송해인은 그녀의 진심 어린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요. 이제부터는 내가 참지도 억울하게 당하지도 않을 거예요.”
예전엔 한은찬 때문에 언제나 참고 물러나고 자신을 억눌렀다.
그는 그녀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하지만 지금 송해인은 그 약점을 스스로 심장에서 피눈물로 도려내 버렸다.
송해인이 문 앞에 도착했을 때 한은찬과 임지영은 아직 오지 않았다.
유리문 밖에는 이나연을 비롯한 연구개발부 직원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그녀의 모습이 보이자 이나연의 입꼬리가 비웃듯 올라갔다.
잘난 척하더니 결국 한은찬이 온다고 하니까 꼬리 내리고 문 열러 나왔다고 생각했다.
송해인은 유리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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