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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송해인, 지금 너랑 얘기하잖아.” 한은찬은 싸늘한 말투로 말하며 한 손을 비워 자신을 바라보도록 송해인의 턱을 잡았다. 송해인은 너무 말라서 두 손목을 한 손에 잡아도 단단히 잡을 수 있었다. 그녀는 도망갈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한은찬은 갑자기 당황스러워졌다. 한은찬은 송해인의 눈에 온기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심지어 분노도 사라지고 있었다. 늘 사랑을 한가득 담고 있던 초롱초롱하던 눈이 이 순간 그의 밑에서 썩은 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송해인은 예전처럼 내가 오해할까 봐 다급하게 해명해야 맞아... 임지영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라면 나한테 따지고 울면서 미친 것처럼 행동해도 좋아! 그러나 이렇게 침묵하고 냉담해지는 건 절대 안 돼.’ “해인아.” 한은찬은 드디어 전에 경험한 적 없는 당황한 느낌을 경험했다. 그는 손을 놓은 후에야 송해인의 턱이 빨갛게 된 것을 발견했다. “미안해.” 한은찬은 보기 드물게 어쩔 바를 모르는 기색을 내비치며 서투른 표정으로 변명했다. “오늘 조금 취했나 봐. 그리고 오늘 밤에 발생한 일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감정을 잘 컨트롤하지 못했어.” 송해인은 아예 듣지 못한 것처럼 일어나 앉아서 담담한 표정으로 한은찬이 흩트려 놓은 옷을 정리했다. 손을 들어 올릴 때 송해인은 손목에 통증이 밀려와서 미간을 찌푸렸다. 손목뼈가 하마터면 탈구될 뻔했다. “해인아!” 송해인이 소리 없이 떠나려 하자 완전히 당황해진 한은찬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잡아당겼다. 송해인은 돌아서면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에게 귀뺨을 날렸다. 찰싹! 손목이 너무 아파서 그녀는 힘을 크게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귀싸대기는 별로 아픈 것도 아니었다. 사실 송해인의 표정이 너무 차갑지 않았다면 이 장면은 부부 사이의 장난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한은찬은 갑자기 자신과 송해인 사이에 뭔가 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기는 내일 아침 구매 부서에 말해 빠른 편으로 주문하라고 할 테니 잊지 말고 사인해.” 한은찬은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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