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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한은찬은 송해인이 말한 ‘손질’이 그냥 잡초를 좀 뽑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정원에 가득 피어 있던 튤립은 결혼할 때 송해인이 직접 심은 거니까. 그가 아무 말 없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자 송해인은 더듬더듬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리고 일부러 목소리를 가냘프게 깔고 물었다. “은찬아, 화났어?” 그 한마디에 한은찬은 화를 내고 싶어도 내지 못했다. “내가 왜 화를 내겠어. 네가 뭘 하든 나 화 안 내.” 한은찬은 최대한 부드럽게 말하려 애쓰며 송해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노란 장미를 심고 싶었어? 너 원래 튤립 좋아했잖아.” 송해인은 코웃음이 나왔다. 대학 시절에 그녀는 분명 장미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한은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중에 그가 친구와 통화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됐는데 그는 장미가 너무 촌스럽다고 비아냥거렸다. 한은찬이 싫어하는 것을 알고 송해인은 그 뒤로 장미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한은찬을 사랑했던 그 세월 동안 그녀는 자신을 한없이 낮추다가 결국 정체성까지 잃어버렸었지만 이제는 되찾아야 했다. “이제는 장미가 좋아.” 송해인이 담담하게 말하자 한은찬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눈앞의 여자는 분명 똑같은 얼굴인데 묘하게 예전 같지가 않았다. 예전의 송해인은 절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빠.” 그때 한진희가 달려와 한은찬의 커다란 손을 덥석 잡고 흔들며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 너무 졸려요. 우유 한 잔만 먹고 잘래요.” “진희야, 준서야. 엄마가 우유 데워 줄게.” 송해인은 곧바로 그렇게 말하고는 그제야 자신이 앞이 보이지 않는 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지팡이를 꼭 움켜쥐었고 한은찬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송해인은 등이 굳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한진희의 손을 놓은 후 옆에 있는 한준서에게 말했다. “준서야, 동생 데리고 방에 들어가 있어. 이따가 아빠가 우유를 가져다줄게.” 낮에 송해인은 아이들이 같이 쓰는 방을 살짝 둘러본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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