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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송해인은 문밖에서 모든 걸 똑똑히 들었다. 한준서의 대답에 그녀는 가슴이 쿵 내려앉고 숨이 막힐 정도로 아려와 한참 벽에 기대 서 있어야 했다. 심호흡하며 간신히 진정한 뒤 그녀는 일부러 지팡이로 문을 ‘탁탁’ 두드리며 소리를 냈다. “준서야, 진희야. 엄마 들어가도 돼?” 문은 닫혀 있지 않아 살짝만 밀자 바로 열렸다. 그 순간 한진희는 깜짝 놀란 듯 침대로 뛰어올라 이불을 뒤집어쓰고 머리까지 푹 덮어버렸다. 딱 봐도 송해인을 만나기 싫다는 표시였다. 송해인은 순간 가슴이 시렸다. 한준서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잔뜩 긴장한 듯 주먹을 꽉 쥐고 까만 눈동자를 굴렸다. ‘혹시 방금 내가 한 말을 다 들었을까?’ 다섯 살짜리의 마음은 얼굴에 다 드러난다. 송해인은 아이의 불안과 죄책감을 읽고 오히려 마음이 약해졌다. “엄마가 아직 청력을 다 회복한 건 아니라서 말소리가 좀 작으면 못 들어.” 그녀는 일부러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제야 한준서의 표정이 눈에 띄게 풀렸다. ‘못 들었다니 다행이야.’ 한준서는 침대에서 폴짝 내려와 조심스럽게 그녀의 앞으로 걸어왔다. 송해인은 눈앞에 서 있는 아이를 있는 힘껏 껴안고 싶었지만 참았다.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다. 그녀는 천천히 무릎을 굽혀 아이와 시선을 맞추고 최대한 부드럽게 물었다. “준서야, 엄마가 안아 봐도 돼?” 한준서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이 여자를 똑바로 보았다. 기억 속에서 그녀는 늘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고 마치 깊이 잠든 사람처럼 깨어나지 않았다. 한준서 기억 속의 송해인은 늘 그런 모습이었다. 아이가 망설이자 송해인은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정말 나를 거부하는 걸까?’ 그러던 찰나, 한준서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또다시 잠드는 거 아니에요?” 그 말에 송해인은 멍해졌다. 그녀가 대답할 틈도 없이 한준서의 작은 손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툭 건드렸다. 진짜인지 확인하려는 듯이. 그 순간, 송해인은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그녀는 그 작은 손등에 얼굴을 힘껏 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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