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송해인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한진희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다. 선글라스에 가려진 그녀의 눈빛이 스르르 어두워졌다.
하지만 한은찬은 늘 그랬듯 딸의 요구를 아무 말 없이 들어줬다.
“그래, 그럼 오빠랑 같이 걸어가. 아빠는 여기서 너희가 들어가는 거 보고 있을게.”
“아빠 최고예요!”
한진희는 눈웃음을 지으며 달콤하게 웃었다.
그러나 송해인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시 한번 당부했다.
“준서야, 진희야. 조심하고 천천히 걸어가.”
쿵.
한진희는 힘껏 차 문을 닫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씩씩하게 걸어갔다.
그러나 한준서는 몇 발짝 나가다 말고 뒤를 돌아봤다. 차 안에서 송해인이 손을 내밀어 두 아이를 향해 흔들고 있었다. 비록 그녀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한준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들어 살짝 흔들어 보였다.
그제야 송해인은 조금 마음이 놓였다.
‘적어도 준서는 나를 그렇게 미워하지 않는구나.’
운전석에 앉은 한은찬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옆에 있는 송해인을 흘끗 보았다.
“해인아, 오늘 회사에 중요한 손님이 와. 내가 직접 응대해야 해서 너는 앞에서 내리고 기사 불러서 집에 들어갈래?”
송해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도 회사에 같이 갈래.”
한은찬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가 이렇게 서둘러 회사를 가고 싶어 할 줄은 예상 못 한 눈치였다.
“정말?”
그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확인했다.
“응. 비록 내가 앞을 보진 못하지만 연구팀 진행 상황이랑 프로젝트 현황은 파악해야지. 그래야 나중에 복귀하기도 쉽잖아.”
한은찬은 손가락으로 핸들을 톡톡 두드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몇 초 뒤, 그는 짧게 대답했다.
“그래.”
그렇게 송해인은 한은찬과 함께 스카이 그룹으로 향했다.
5년 만에 다시 들어온 회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익숙한 냄새, 익숙한 공기까지 그대로였다.
한은찬이 회사 안으로 들어서자 로비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고 지나가던 직원들이 하나같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한 대표님, 안녕하세요.”
그는 늘 그렇듯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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