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옆에 있던 보좌관들은 차마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다. 한은미는 여전히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채,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붓듯 입을 놀렸다. “아버지, 그 남자 송해인이 예전에 만났던 놈일지도 몰라요! 절대 가만히 두면 안 돼...아!” 한태산은 참지 못하고 그의 뺨을 때렸다. “이 망할 년이, 감히 거짓말을 해!” 남자의 힘이 여자에 비해 강하기 때문에 한태산이 날린 따귀에 한은미는 바닥에 쓰러져 ‘쿵’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바닥에 부딪쳐 정신을 잃었다. 몇몇 보좌관들은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은미야!” 정미경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 딸을 안았다. 딸의 이마엔 순식간에 큰 혹이 솟아올랐고, 코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당신 미쳤어?! 이 아이는 당신 친딸이야!” 그녀는 격분하며 남편에게 울부짖었다. “은찬아! 빨리 구급차부터 불러!” “구급차는 무슨, 죽을 수 없어!” 한태산이 포효했다. “네가 그렇게 귀하게 키운 딸 때문에 내가 오늘 얼마를 날린 줄 알아? 십억이다! 십억! 이건 시작일 뿐이야!” “...” 그 말에 정미경은 목이 메어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남편의 흥분한 모습에 그는 더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울음만 삼켰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 구석 모니터 중 하나가 거실을 향하고 있었는데 그 모니터의 카메라가 반짝였다.... 곧 먹구름이 몰려들고, 창밖에선 비가 후드득 떨어지며 밤이 되었다. 모 최고급 비즈니스 클럽의 개인실. 500평에 달하는 넓은 공간엔 심지어 온도 조절이 가능한 실내 수영장까지 있었다. 조명은 붉게 물들어, 본능을 자극하는 기운이 가득했다. 수영장 안에서는 젊은 남녀들이 술과 게임을 핑계 삼아 방탕하게 어울려 있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무도 도가 지나치게 나가지 않았다. 이 자리에, ‘큰 손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두운 구석 소파에 배도현이 앉아 있었다, 붉은색의 소파, 배도현은 하얀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앉아 있을 뿐인데, 음습하고 섬뜩한 아우라가 주변 공기를 죄어왔다. 마치 그가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