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현관까지 나간 유현숙은 그 말을 듣자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홱 돌렸다.
잘못 들은 건 아닌지 귀를 의심했다.
“사모님,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뜬 그녀는 송해인 앞까지 다가와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 이 집에서 2년 동안 고생 하나 안 마다하고 일했잖아요. 어떻게 저한테 이럴 수 있어요...”
송해인은 단칼에 말을 끊었다.
시간을 더 지체하기도 싫어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재생하고는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유현숙은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숙였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영상 속에는 최근 며칠간 자신이 주방에서 재료를 슬쩍 바꿔치기하는 장면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얼굴에 잔뜩 올려놓았던 억울한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버렸다. 주름진 얼굴이 비틀리며 경직됐다.
“더 할 말 있어요?”
송해인은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어 턱을 괴고는 유현숙을 내려다봤다.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집안의 안주인으로서 압도적인 기세가 담겨 있었다.
“...”
유현숙은 손바닥을 세게 움켜쥐더니 이를 갈기 시작했다. 곧장 주방으로 뛰어 들어가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쪽 구석에 깊숙이 숨겨진 손톱만 한 크기의 카메라를 발견하자 눈빛이 번뜩였다.
“여기 숨기셨군요!”
송해인이 돌아오기 전까지 주방에는 카메라가 전혀 없었다. 이 카메라는 송해인이 나중에 설치한 게 분명했다.
그동안 유현숙은 하루에 몇 번씩 주방을 드나들었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만큼 카메라가 얼마나 교묘하게 감춰져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시각을 잃었다는 여자가 어떻게 카메라를 달 수 있단 말인가?
유현숙은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알겠다. 당신 앞이 안 보인다는 거 다 거짓말이지? 지금 당장 대표님께 다 알릴 거야. 가식적인 년. 지금까지 다 연기했던 거야?”
“하.”
송해인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눈썹을 치켜올렸다.
“재료 바꿔치기나 하는 도우미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당당한 거야? 뒤를 봐주는 사람이라도 있나 보지?”
유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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