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유현숙이 뜻을 굽히자 송해인도 다시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오늘 나눈 얘기, 한 글자도 밖으로 새어 나가면 안 돼요.”
유현숙은 손에 들린 두 손주의 사진을 보더니 곧이어 굽신거리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 입 밖에 내지 않겠습니다.”
송해인은 준비해 둔 카드를 그녀에게 건넸다.
“여기 넉 달 치 월급이 들어 있어요. 지난 2년 동안 준서랑 진희 챙긴 수고비라 생각하세요.”
돈을 마다할 리 없는 유현숙은 잽싸게 두 손으로 받았다.
“감사합니다, 사모님.”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건 사람 다루기엔 가장 효과적이었다.
송해인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어질러진 주방을 한 번 훑었다.
“가기 전에 깨끗이 정리해 놓고 가요.”
차가운 말만 남기고는 그녀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유현숙 문제는 마무리됐다.
다음 주부터 회사에 복귀하려면 집에는 새 가사도우미가 필요했다.
송해인은 노명숙에게 부탁해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전화하려던 참이었다.
한은찬도 반대할 이유가 없을 테고, 노명숙이 믿는 사람이라면 그녀도 믿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직 번호를 누르기도 전에 정채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받자마자 정채영의 흥분된 목소리가 쏟아졌다.
“해인아!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게. 한은미 이제 제대로 유명해졌다니까? 내가 영상 보냈어, 빨리 봐봐!”
“뭐?”
송해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영상을 재생했다. 확인한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짧은 15초 영상이었는데 한태산이 한은미를 사정없이 때려 쓰러뜨리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이 영상을 편집해서 중독성 강한 짤로 만들어 버렸다.
정채영은 통쾌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편집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짤 지금 인터넷에서 난리야! 완전 인기라니까, 하하. 한은미 이제 제대로 유명해졌네. 쌤통이다. 널 때렸으니까 이 정도 벌은 받아야지.”
“...”
송해인은 화면 속 한태산의 분노에 일그러진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은미는 한씨 집안에서 유일한 손녀라 항상 귀하게 자라왔다. 한태산은 늘 막내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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