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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해인아, 아줌마가 일을 관두시는 거 알고 있었어?” 한은찬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임지영을 놓으며 물었다. 송해인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집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던데? 너한테 말하고 가라고 했어.” 한은찬은 흠칫했다. “그게 다야?” 송해인은 억울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내가 더 알아야 할 게 있어?” “...” 한은찬은 말문이 막혔다. 송해인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참, 아침에 할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리면서 그 얘기도 했어. 집에 아이들 맡길 믿을 만한 사람 필요하다고 했더니 할머니가 사람 보내주신대.” 가정부 문제로 한은찬은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노명숙의 뜻이라면 한은찬이 반대할 이유도 없었다. “알았어. 할머니 말씀대로 해.” “언제 들어와?” 송해인이 물었다. “방금 나왔어. 이제 집으로 가려고.” 한은찬은 말하면서 이미 차 키를 꺼내 뒷좌석 문을 열고 한준서와 한진희를 먼저 태웠다. 임지영은 조수석에 앉았다. 송해인은 차 문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때 문득 뭔가 생각이 나듯 말했다. “영상 통화하자. 우리 강아지들이 너무 보고 싶어.” 말이 끝나자마자 송해인은 영상통화를 걸었다. 임지영이 조수석에 앉아 있다는 걸 송해인이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영상통화를 건 거였다. 하지만 한은찬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끊었다. 그리고 다시 일반 전화를 걸었다. 송해인은 화면을 보더니 흠칫하다가 이내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한은찬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곧 돌아갈 거야. 집에 가서 봐. 진희가 많이 피곤해 보여서 금방이라도 잘 것 같아.” “알겠어.” 송해인이 대답했다. 한은찬은 임지영을 잠깐이라도 자리를 피하게 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송해인은 목이 뻐근해지더니 피곤이 몰려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흘렸다. 한은찬도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아끼는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 한은찬은 임지영을 집 앞까지 데려다줬다. 뒷좌석에서는 한진희가 오빠 어깨에 기대어 깊이 잠들어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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