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고급 아파트.
임지영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거실 탁자 아래 서랍을 열었다. 안에는 여러 대의 휴대폰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를 꺼내 유현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현숙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임지영 씨.”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유현숙의 목소리에는 멋쩍은 기색이 역력했다. 유현숙은 송해인 때문에 임지영에게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줌마, 왜 갑자기 그만두셨어요?”
임지영은 여전히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걱정스럽게 물었다.
“은찬 씨가 그러는데, 집에 급한 일이 생기셨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저희가 도울 일이 있으면 편하게 얘기해달라고 전해달래요. 그래도...”
임지영은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리했다. 그녀의 눈빛은 오만함으로 가득했지만 목소리에서는 여전히 걱정이 담겨 있었다.
“저희 엄마랑 친척이시잖아요. 은찬 씨도 아줌마를 반쯤은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부담 갖지 마세요.”
그 말을 듣자 유현숙은 더욱더 송구스러워졌다.
“임지영 씨랑 대표님은 정말 좋은 분들이에요. 저...”
집에 있던 유현숙은 팔팔하게 뛰어노는 두 손주를 보다가 문득 송해인의 말이 떠올라 등골이 오싹해졌다.
입 밖으로 나오려던 말을 억지로 삼킨 그녀가 황급히 말했다.
“저는 그냥 고향에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전에 매달 따로 줬던 400만 원은 돌려줄게요!”
“...”
임지영의 예쁜 눈매에 차가운 기색이 스쳤다.
애초에 유현숙을 한씨 가문에 들인 이유는 한준서와 한진희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두 아이의 환심을 살 수 있으니 말이다.
또 아이들이 외롭고 사랑에 목말라 있을 때 곁에 있어 주면서 특히 한진희 마음속에서의 입지를 굳혔다.
유현숙은 임지영이 요긴하게 써먹었던 장기 말이었다.
“아니에요, 그건 제가 드리는 용돈이라고 생각하세요. 고향에 급한 일이 있으시다면 더는 붙잡지 않을게요.”
임지영이 사려 깊게 말했다.
유현숙은 왈칵 감동하며 말했다.
“정말 얼굴도 마음도 예쁘신 분이네요. 임지영 씨랑 대표님이 꼭 백년가약을 맺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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