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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송해인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지만 눈빛은 싸늘했다. 그녀는 예전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는 거야?” ‘잘해주긴 하지. 피까지 빨아먹을 만큼 잘해주잖아.’ 한은찬은 이미 전화로 음식을 주문해 두었지만 송해인은 고집스럽게 두 아이를 위해 직접 영양식을 준비했다. 단 하루도 아이들에게 제대로 엄마 노릇을 해준 적 없었던 그녀는 이제 작은 기회 하나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한은찬도 굳이 막지는 않았다. 송해인이 국을 반쯤 끓였을 때, 특급 호텔 셰프 두 명이 직접 배달해 온 요리가 도착했다. “해인, 네가 좋아하는 음식들만 시켰어.” 한은찬은 세심한 남편인 척하며 말했다. 하지만 송해인은 무심히 눈길만 주었다. 그건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 한은찬이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늘 그의 입맛을 먼저 챙겼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다만 한은찬의 말을 굳이 정정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앞으로 함께 밥 먹을 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송해인은 한은찬이 몇 번이나 눈치를 살피는 걸 느꼈다. 무슨 말을 꺼낼지 뻔했다. “해인아.” 마침내 본론이 나왔다. “대학 때 알츠하이머 관련 연구 했던 거, 맞지?” “응, 왜?” 송해인은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배도현이 화서 제약을 인수한 뒤 가장 관심 두는 분야가 그쪽이야.” 한은찬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해인아, 일주일 안에 배도현을 설득할 만한 연구 기획서를 써줘야겠어. 넌 할 수 있잖아?” 송해인은 늘 그의 부탁을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한은찬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송해인은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그를 올려다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당연히 할 수 있지.” 안도의 기색이 한은찬의 얼굴을 스쳤다. “역시 우리 해인이야. 날 실망하게 하는 법이 없어.” 한은찬의 깊은 눈매는 예전처럼 사람을 착각하게 만들 만큼 다정했다. 그래서 한때는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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