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정리는 순희 아주머니에게 맡긴 뒤, 송해인은 내일 회사에 가져갈 자료를 챙겼다.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건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관련 문서가 담긴 서류봉투였다.
자료 맨 앞, 연구 책임자 부분에는 추 교수님의 흘려 쓴 사인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추경진.]
종이는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나 누렇게 바랬다.
그때 추경진은 송해인이 졸업하면 연구팀을 맡겨 이 프로젝트를 직접 이어가게 할 계획이었다.
그녀의 첫 번째 연구 과제이자 세상에 이름을 알릴 기회였다.
추경진은 송해인이 반드시 성과를 낼 거라 믿었고 자신이 뒤에서 힘을 보태면 로얄국제의학협회에서도 최연소 회원으로 받아들일 거라 장담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7년이 지나서야 송해인은 비로소 이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했다.
그때, 문밖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한은찬이 돌아온 것이었다.
송해인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거실로 나가기도 전에 이미 술 냄새와 진한 여자 향수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송해인은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 중요한 파티가 있었어.”
한은찬은 침대에 몸을 던지듯 눕더니 팔로 이마를 가렸다. 얼굴은 불편하다는 듯 찡그려졌다.
“해인아, 숙취 좀 풀리게 차 좀 끓여줘.”
“알았어.”
송해인은 대답만 해두고 방을 나서더니 곧장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
직접 숙취 차를 끓여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럴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배달 음식을 기다리면서 송해인은 거실에서 TV를 켜고 채널을 넘겼다.
그러다가 방금 한은찬이 얘기한 파티 현장 중계 화면을 보게 됐다.
분기마다 열리는 자선 파티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자들이 모여 인맥을 넓히고 기부금을 내세워 체면을 세우는 자리였다.
채널을 돌리려던 순간, 화면 구석에 한은찬의 모습을 발견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외모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의 팔을 끼고 당당히 옆에 선 여자는 정식 배우자처럼 고개를 치켜든 임지영이었다.
송해인의 표정이 단번에 굳었다. 더 이상 보기 싫어 TV를 꺼버렸다.
잠시 뒤 배달이 도착했다.
송해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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