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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권시아는 온몸을 떨며 물었다. “경찰에 신고한 게, 당신이야?” 윤재우는 손님들 앞에서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그래, 내가 신고했어. 당신이 채현이를 모함했잖아. 그러니 억울함은 풀어줘야 하지 않겠어?” 그의 목소리는 싸늘했고 그 냉기가 습기처럼 번져 권시아의 심장을 서서히 잠식해갔다. 강채현은 윤재우의 팔에 팔짱을 낀 채 몸을 거의 그의 품에 기대며 다정한 눈빛으로 올려다봤다. “오빠, 그만해. 난 시아 언니도 사정이 있었을 거라 믿어. 이렇게 일이 커져서 경찰서까지 가면 언니 인생은 완전히 망가질 거야. 게다가 이런 일은 오빠나 회사 이미지에도 안 좋잖아. 여기서 마무리하자, 응? 난 오빠가 욕먹는 게 싫어.” 그러자 윤재우는 그녀의 뺨을 손끝으로 가볍게 집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걱정 마. 윤해 그룹은 이 정도 일로 흔들리지 않아. 난 다만 네가 이렇게 참고 있는 게 속상해서 그래. 그래서 네 억울함은 반드시 풀어줄 거야.” 권시아는 마치 그들만의 세상에서 밀려난 사람 같았다. 그녀가 겪은 고초들은 그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권시아 씨, 저희와 함께 가시죠.” 이 말과 함께 그녀의 두 손목에 차가운 수갑이 채워졌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권시아는 그대로 경찰에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경찰서의 지하실은 눅눅하고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위험물 소지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다는 이유로 권시아는 옷을 모두 벗어야 했고 사람들 앞에서 소변 검사를 진행했다. 굴욕감과 수치심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러고는 자기 몸을 끌어안은 채 심문실 한쪽 구석에 웅크렸다. “권시아 씨, 절도 혐의로 구류 7일이 선고됐습니다. 오늘 바로 구치소로 이송합니다.” “경관님!” 그녀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꺾으며 애타게 말했다. “저 정말 훔친 적 없으니까 CCTV라도 확인해주세요. 제발 믿어달라고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차갑고 형식적이었다. “죄상은 명확하고 증거는 충분합니다. 물증과 증언 모두 일치합니다.” 그녀의 절규는 벽에 부딪혀 메아리처럼 사라졌고 결국 권시아는 구치소로 이송됐다. 권씨 가문에서 귀하게 자라난 권시아는 세상 그 어떤 더러운 현실도 몰랐다. 그런 그녀에게 구치소는 지옥 그 자체였다. 욕설과 폭행은 일상이었고 밥은 굶기 일쑤였으며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어 결국 정신은 피폐해져 갔다. 화장실 청소와 침구 정리를 하는 게 그녀의 일과였다. 순순히 따르기만 하면 괜찮을 거라 믿었으나 그건 착각이었다. 그녀를 괴롭힌 건 죄수들만이 아니었고 교도관들까지 나서서 그녀를 짓밟았다. 그때서야 권시아는 알았다. 누군가 일부러 연락을 넣어 ‘잘 가르치라’고 시켰다는 걸. 그들은 권시아에게 네발로 기어가 개처럼 짖게 했고 심지어 얼굴을 오물에 처박았다. 그녀가 저항하자 왼팔이 꺾였고 갈비뼈가 부러졌다. 제때 발견돼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지도 몰랐다. 7일이 마치 70년인 것처럼 흘러갔고 구치소 문을 나설 때,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그 한 번의 호흡조차 폐를 찢는 듯 아팠다. 몸이 깡마른 것이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았다. “어머, 이게 누구예요? 서아 언니 아니에요?” 귀에 익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강채현이 비웃고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권시아는 말없이 입술을 핥고 아무 대꾸 없이 한쪽 길로 걸었다. “오빠는 지금 경인시에 내 최애 디저트 사러 가서 오늘은 못 올 것 같네요.” 권시아는 여전히 묵묵히 걸었다. “권시아!” 강채현은 목소리를 높였다. “난 아직도 이해가 안 돼! 그런 꼴이 되고도 왜 아직도 오빠 곁을 맴도는 거야? 전과자 주제에 아직도 사모님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권시아의 발걸음이 멈췄다. 눈빛은 깊은 우물처럼 싸늘했다. “나한테 자격이 없다면 넌 있고?” 그러자 강채현은 비웃듯 턱을 치켜들었다. “흥, 이름만 사모님이면 뭐해? 오빠의 몸도, 마음도 전부 내 거야. 네가 아니었으면... 오빠는 분명 나랑 결혼했을걸? 눈치가 있다면 알아서 빨리 꺼져!” 강채현이 머리를 쓸어올리며 분노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좋아.” “뭐... 뭐라고” 강채현이 잠시 얼어붙었다. “네 말대로 할게. 재우 씨를 곁을 떠나겠다고.” 권시아가 뚫어져라 강채현을 바라봤다. 강채현의 눈빛은 금세 환희로 빛났다. “진짜야?” 그러더니 차 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는데 이미 윤재우의 서명이 찍혀 있는 이혼 협의서였다. “여기 사인해. 그럼 믿어줄게.” 권시아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펜을 들어 이름을 적었다. 그러고는 펜 뚜껑을 닫으며 싸늘한 눈빛으로 강채현을 똑바로 바라봤다. “사흘 후면 난 재우 씨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거야.” 이 말을 남기고 돌아서던 그녀의 시선이 우연히 차 안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몇 개의 주사기가 흩어져 있었다. 눈빛이 잠시 멈칫했지만 권시아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강채현은 숨이 멎은 듯 굳어 서 있었다. 차 안의 주사기들을 힐끗 보고 다시 권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 깊은 곳에 차가운 독기가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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