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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우리 회사 디자이너들도 다 괜찮은데, 패션위크에서 따로 디자이너를 찾는 건 혹시...” “유명한 쪽은 모시기 어렵고, 무명은 원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 ‘멍충이’는 자기 멋대로 일해요. 기분 좋을 때만 작품을 올리고, 올라오는 패턴은 금방 매입돼서 저희는 손도 못 대요. 그래서 본인을 찾아가서 얘기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게 확률이 좀 더 커요.” 심지원이 설명을 이어갔다. “비행기는 모레 새벽. 내일은 회사 안 나와도 돼요. 각자 집에서 준비하세요. S국은 추우니까 옷 넉넉히 챙기고요. 일정표는 곧 내려갈 거예요.” “지난번에 준비하라 했던 디자인 시안, 다 됐어요?” 윤시헌이 몸을 세우고는 피곤한 듯 소파에 기대앉아 남서진을 보았다. 남서진이 슬쩍 서나빈을 봤고 윤시헌의 시선도 따라왔다. 서나빈은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준, 준비됐어요.” 서나빈은 목이 달달 떨렸다. 사실 아무것도 못 했다. 그동안 그 개 같은 두 남녀 문제 수습하느라 이 일은 통 잊고 있었다. “서나빈, 내가 그렇게 무서워?” 윤시헌이 입을 열었다. “...” 그녀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만 저었다. 옆에서 심지원이 주먹을 입가에 대고 몰래 웃었다. “대표님, 노여워하지 마세요. 나빈 씨가 이렇게 엄격한 일정은 자주 안 겪어서 그래요. 긴장하는 게 정상입니다.” 윤시헌은 말없이 손짓으로 자리를 파하며 나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서나빈은 허둥지둥 물건을 챙겨 남서진을 따라 대표이사실을 나왔다. [뱀파이어 대표: 점심 먹기 전에 한번 위층으로 올라와.] 막 문을 닫고 나왔는데, 곧바로 윤시헌에게서 카톡이 왔다. [네, 대표님.] 회사에서는 공과 사를 나눠야 하니까 ‘대표님’이라고 쓸 수밖에 없었다. 윤시헌은 카톡에서 자기 이름 옆에 달린 메모 ‘아내’를 한번 보고, 곧이어 그녀의 답장 ‘대표님’을 또 보았다.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 점심시간이 되자, 모두가 사내 식당으로 향한 틈을 타 그녀는 살금살금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심지원이 얼굴인식을 등록해 둬서 출입이 쉬워졌다. 그건 예상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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