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그렇게 둘은 백화점에서 두세 시간이나 돌았다.
“밥은 먹었어? 아니면 이모네 가서 먹고 갈래?”
두 사람은 쇼핑백을 잔뜩 들고 백화점 벤치에 앉아 밀크티를 마시며 숨을 돌렸다.
“아니에요, 이모. 저는 얼른 돌아가야 해요. 준비할 게 좀 있어요.”
그러고 보니 오늘 윤시헌이 집에서 같이 먹자고 했던 걸 서나빈은 잠깐 잊고 있었다. 벌써 여덟 시가 넘었는데, 과연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까? 먼저 먹었을까?
“그래. 나도 이따 볼 일이 있어. 다음에 다시 보자!”
“네, 이모.”
서나빈은 임재인을 다정하게 껴안았다. 둘은 급히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차에 올라 폰을 켜 보니, ‘남편’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고 카톡도 와 있었다.
[언제 들어와?]
깜짝 놀라 그녀가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죄송해요, 방금 백화점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서요. 얘기가 좀 길어졌어요.]
[괜찮아. 언제 들어와?]
[지금 가요. 대략 십 분이면 도착해요.]
[기다릴게.]
[네.]
갑자기 누군가가 생겼다는 사실이 여전히 어색했지만, 기다린다는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도 마음을 간질였다.
어쩐지 귓바퀴가 달아올랐다.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하던 중, 길가의 상가를 지나치다 그녀는 문득 차를 세웠다. 그리고 충동처럼 튤립 한 다발을 샀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그녀는 튤립을 품에 안은 채 내렸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왔어?”
윤시헌의 목소리였다.
“!!”
나빈은 흠칫 놀라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어색한 공기가 잠깐 감돌았다. 그녀는 급히 마음을 가다듬고 차 문을 닫아 그의 쪽으로 걸어갔다.
“왜 여기에 있어요?”
“너를 기다렸지.”
윤시헌의 시선이 그녀 품의 튤립으로 내려갔다.
서나빈의 가슴이 살짝 파문 쳤다. 뭐라고 말을 이어야 할지 모르겠다.
“꽃... 시헌 씨 드리려고요.”
귓바퀴가 다시 뜨거워졌다. 조심스럽게 꽃을 내미니 윤시헌이 그녀를 한 번, 꽃을 한 번 보고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뜨거운 그의 손등이 순간 스치며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 끝과 닿았다. 전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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