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어제는 눈으로 뒤덮였는데 오늘은 햇살이 주도권을 잡았다. 길바닥은 축축했고, 서나빈의 새하얀 신발에는 흙탕물이 꽤 묻었다.
“우리 엄마랑 친해요?”
그들의 대화를 들어 보니 두 사람의 왕래가 자기보다 더 잦았던 것 같았다.
“3년 전에 여기서 몇 달 지낸 적 있어.”
윤시헌의 눈빛이 어둑해졌다.
서가을은 여기서 외부 사람이 밤을 보내게 하지 않는다, 특히 남자는 더더욱.
‘3년 전...’
서나빈은 기억이 났다. 그해 여름방학에 임재인이 누군가를 데리고 와서 이곳에 머문 적이 있었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 하루 종일 방에만 있었고, 밖에 나가지도, 말도 하지 않았다. 대낮에도 창문을 닫아 놓고는 했다.
오갈 때 내내 얼굴을 보지 못했다. 올 때도 못 봤고, 떠날 때도 못 봤다.
‘혹시 그 사람이...’
서나빈은 윤시헌의 다리를 힐끗 봤다. 딱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더 묻고 싶었지만 팔이 확 잡아끌리며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져 그의 단단한 가슴에 콩하고 부딪쳤다.
윤시헌이 그녀의 팔을 끌어안았다.
“조심해.”
“죄송해요!”
서나빈은 마주 오던 두 청년의 탕후루와 부딪칠 뻔했다. 둘은 쭈뼛거리며 막대를 거둬들였다.
“셔츠 안 입은 게 다행이네. 안 그랬으면 단추가 모자랐을지도.”
그는 아래로 시선을 떨구며 웃었다.
그제야 서나빈은 자기 손이 그의 가슴팍 옷자락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는 걸 알아챘다.
“죄송해요...”
그는 얼른 손을 떼고 조심스럽게 그의 옷자락을 쓸어 펴 주었다.
하지만 훗날 마음이 통하기 시작했을 때는 대부분 윤시헌이 제어를 못 했다. 문을 열자마자 셔츠부터 벗겨 던지고, 단추 따위는 풀기가 귀찮다며 그냥 뜯었다. 자기 걸 뜯고 다음에는 그녀의 것도...
광란이 끝나면 스스로 단추를 주워 다시 꿰맸다.
그의 광기에 서나빈은 좋아하면서도 부끄러웠다.
낮의 윤시헌은 지독히 신사적이고,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속세를 모르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밤의 그는 굶주린 짐승, 한밤중 달을 향해 울부짖는 늑대였다.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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